여·야 싸움은 농구보다 배구를 더 닮았다. 농구는 우리 팀이 득점을 해야 이길 수 있다. 배구는 상대 팀의 실책으로도 우리 팀이 점수를 올리고, 경기를 이길 수도 있다. 상대 당의 결정적 실책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사례가 우리 정치사에 비일비재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55%에 달했던 적이 있었다. 국민의힘이 정치를 잘해서 정권교체 열망이 높았던 게 아니었다. 미친 집값 등 문재인 정권의 국정 실패가 정권을 갈아 치워야 한다는 민심을 폭발시켰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넉 달 만에 판이 확 달라졌다. 정권교체론이 47%로 8%포인트 떨어진 반면 정권유지론은 5%포인트 올라 39%가 됐다. 격차가 21%포인트에서 8%포인트로 줄었다. 1강이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율도 하락했다. 이러다가 정권교체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소리마저 나온다.
정권교체 열망이 수그러든 데엔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책임이 크다. 날마다 이어지는 두 사람 다툼이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까지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이 대표에게 국민의힘 대표 자리를 맡긴 민심은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해 몸을 던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을 궁지로 몰고, 국민의당과의 합당에도 실패했다. "윤석열 곧 정리" "유승민 대통령 만들겠다" 등 부적절한 발언들로 적전 분열을 초래했다.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앞세운 탓이다. 윤 전 총장도 잇따르는 실수에다 이 대표와의 잦은 충돌로 실망을 안겨주기는 마찬가지다.
이 대표·윤 전 총장 두 사람이 배구 경기처럼 서로 실책을 저질러 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 점수를 헌납하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정권교체 명령을 받은 두 사람이 실책을 계속해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각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정권교체에 실패해서는 안 되는 이유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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