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주 살인 22년만에 실마리…공소시효 끝난 줄 알고 한 '그알' 출연에 덜미

제주경찰청은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변호사 피살 사건에서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김모씨를 인터폴 공조를 통해 검거해 강제 송환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8일 오후 경찰이 검정색 상하의를 입은 김씨를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제주경찰청으로 압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경찰청은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변호사 피살 사건에서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김모씨를 인터폴 공조를 통해 검거해 강제 송환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8일 오후 경찰이 검정색 상하의를 입은 김씨를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제주경찰청으로 압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기 미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의 살인 교사 피의자 김모(55) 씨가 22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재수사의 결정적인 단서는 사건의 피의자가 스스로 나선 방송 프로그램 인터뷰였다.

제주경찰청은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변호사 피살 사건에서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김모씨를 인터폴 공조를 통해 검거해 강제 송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자신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알고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살인 교사를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제주지역 조직폭력배인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 김 씨는 지난해 6월 2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1999년 10월 당시 조직 두목인 백모 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았고, 동갑내기 손모 씨를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도대체 왜 방송에까지 모습을 드러내가며 이런 자백을 했을까. 경찰조사결과 그는 해외에서 한국에 돌아올 때 필요한 여비라고 마련해보려는 심산이었다. 해당 사건 당시 피살자의 유족이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던 만큼 자신의 자백을 통해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지금이라도 피해자의 원혼을 달램으로써 유족 측으로부터 사례비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소시효가 끝나 더 이상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공소시효는 남아있었다. 2015년 7월 31일 개정 형사소송법(태완이법)에 따라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됐는데, 경찰은 김 씨가 여러 차례 도피 목적으로 해외를 오가면서 이 사건 공소시효 만료일이 태완이법 시행 후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태완이법은 법이 시행된 2015년 7월 31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법 적용이 가능(부진정소급)하게 됐다. 경찰은 김 씨가 인터뷰한 내용이 자백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캄보디아에 있던 김 씨를 국내로 송환해 지난 18일 제주로 압송했다.

또한 이튿날인 19일에는 김씨에 대해 살인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변호사 피살 사건에서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김모씨를 인터폴 공조를 통해 검거해 강제 송환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8일 오후 경찰이 검정색 상하의를 입은 김씨를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제주경찰청으로 압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경찰청은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변호사 피살 사건에서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김모씨를 인터폴 공조를 통해 검거해 강제 송환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8일 오후 경찰이 검정색 상하의를 입은 김씨를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제주경찰청으로 압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씨의 신병은 확보됐지만, 그가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 가며 밝힌 내용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왜 당시 이 변호사를 살해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경찰이 추정하는 대로 김 씨가 실제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등 난제가 수두룩한 상황이다.

특히 김 씨는 자신이 교사범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가 흉기 모양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사건에 대한 진술을 상세히 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그가 실제 살인을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씨에게 범행 지시를 했다는 당시 두목 백 씨, 실제 범행을 저질렀다는 손 씨 모두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 사건 피해자 이모(당시 45세) 변호사는 1999년 11월 5일 새벽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쏘나타 승용차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섰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채 1년여 만에 수사본부는 해체됐다.

이 사건은 6천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사건기록을 남긴 채 발생 15년 뒤인 2014년 11월 공소시효가 만료되며 영구미제로 남는 듯했으나, 21년 만인 지난해 김 씨가 방송을 통해 살인 교사를 자백하는 주장을 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1999년 11월 5일 제주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들이 이모 변호사 피살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승용차에 대해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9년 11월 5일 제주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들이 이모 변호사 피살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승용차에 대해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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