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구에서 만난 국민의힘 대권주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다소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얼굴엔 활기가 넘쳤다. 19일부터 사흘 간 대구에 머무르며 주요 전통시장을 순회하는 강행군을 소화하던 중 가진 인터뷰였다.
대구에 있는 사흘 간 원 전 지사는 전국적인 정치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녹취록 공방'을 벌였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내게 무릎을 꿇고 협조하는 위치로 올 것"이라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필요에 따라 다소 강하게 이야기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 발언 이면의 의도와 명분에 관해서는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본질을 봐야 한다"고 받아쳤다. 그동안 온화한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확고한 대선주자이자 '투사'로 변신하는 순간으로 느껴졌다.
- 대구에 있는 동안 이슈의 중심이었던 이준석 대표와의 녹취록 공방 이야기를 안 들어볼 수 없다. 사안의 맥락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당 대표가 차로를 이탈했고, 그래서 원래 차로로 돌아가라고 한 거다. 당 대표의 역할은 대여투쟁을 하면서 경선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관위원장을 뽑는 데까지만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에는 거리를 두며 최후의 보루로 당 화합을 책임져야 한다. 그게 잘 안 받아들여지니 언쟁하던 끝에 문제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제동이 걸렸다. 20일 서병수 경준위원장이 사퇴하지 않았나. 욕은 좀 먹었지만 본질적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고,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대표가 제대로 된 차로에 돌아온 이상 잘 모시고 협조하겠다는 게 제 입장이다.
누가 당내 싸움을 좋아하겠나. 그러나 그 방법이 아니고서는 계속 '결정된 게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면서 하나씩 기정사실화하고, 불공정 경선이 굳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욕을 먹더라도 역할을 하겠다고 해서 한 거다.
당 대표는 그릇이고 중심이지 하나하나 말대꾸하고, 누가 페이스북 쓰면 곧바로 반박하고, 말싸움 즐기는 대표는 안 된다. 당 대표로서 신망을 얻으려면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이번 충돌의 본질이다.
- 이번 논란이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번에 대구에 와서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한 발언도 다소 자극적으로 비치는 발언이었는데, 의도된 사항이었나?
▶더 적절한 단어가 있었다면 다른 단어를 썼을 텐데, 워낙 즉석에서 공격적으로 질문이 들어왔다. 나로서는 모욕적으로 들릴 정도의, 당권을 제안 받았냐는 식의 질문에 '한 마디로 정리를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강하게 이야기를 한 것이다.
'무릎을 꿇는다'는 이야기에 전제가 있다. 윤 전 총장이 국가 운영 비전이나 철학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 한다면 내가 우위에 설 것이다, 그러면 그때는 그가 내게 협조해야 하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에 약간 과한 표현을 썼다.
의도적으로 쓴 건 아니고, 만약 적절한 표현을 다시 쓰라고 한다면 윤 전 총장이 내 우위를 인정하고 함께 협조해서 정권교체를 해야 할 그런 상황이 올 것이라는 말로 정정하고 싶다. 그걸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하면 안 된다. 그게 본질이 아니지 않나.
-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경선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아직 지지율 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최종 후보가 돼야 할 이유는?
▶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꺾고 온갖 네거티브 공방에도 이길 수 있다. 전적이 말해주지 않나. 민주당을 상대해 5전 5승을 거뒀다. 인격이나 살아온 주변 관계, 정치적 문제에 있어 흠집이 가장 적은 사람이다.
또 제주도지사로서 탄소중립과 전기차, 인공지능, 디지털, 지방분권 등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을 만들어 나갈 혁신을 실천하고 성과를 이미 내본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와 그 세력들을 깨끗이 청산해 줄 사람을 원하고 있다. 윤 전 총장보다 내가 오히려 더 철저하고 깨끗하게 청소해낼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청소를 하면 '복수' 프레임에 걸린다. 나는 상식에 못 미치는 부분은 원칙적으로 철저히 청산하되, 감정이나 정치적 보복은 배제해서 그 이후 국민 통합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후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먹방 유튜브'를 촬영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발생 즉시 현장에 꼭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건 과도한 억측"이라고 해명했는데, 이 지사와 달리 출마와 함께 사퇴한 전직 도백으로서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이 지사가 세월호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공격했던 것을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다. 물론 사고 즉시 현장에 있을 순 없다. 대신 위기 발생을 보고받고 인지하는 즉시 그 모든 차순위 일정을 취소하고 현장으로 최대한 빨리 가야한다. 그런데 아니었다.
제가 지사 찬스라고 얘기하는 것은 예산·인사·시간 세 가지다. 먼저 도지사 시간의 우선순위, 화재가 나서 소방관들이 지금 죽어가고 있으면 그 시간은 다른 걸 모두 제쳐두고 우선순위를 더 둬야 한다.
만약 내가 도지사인데, 경선 중에 제주도에 비상사태가 벌어졌다고 하면 경선 취소하고 갈 수가 없지 않나. 도지사는 가장 시급한 일에 언제든 모든 걸 취소하고 갈 수 있는 대기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선과 도전을 같이 하려면 이렇게 못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번 논란이 딱 그거 아닌가. 병행 문제 이전에 이재명 지사의 정신이 어디에 더 팔려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상위 12%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려고 수천억원의 세금을 뿌리는 문제. 인사 문제는 황교익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건으로 설명이 끝난다.
결론적으로 이 지사가 예산·인사·시간이라는 세 가지에 대한 최악 케이스를 며칠 사이 다 보여 줬다. 지사 찬스를 편법으로 자기 선거운동에 썼다는 얘기다. 머리를 굴리면서 아무리 궤변을 해도 결국은 이렇게 터지게 돼 있다.
- 제주도 시골 마을에서 학력고사 전국 수석을 한 '개천용' 출신이다. 이번 정부 들어 자산격차 심화 등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은데.
▶부모 찬스가 없는 많은 다음 세대 젊은이들과 서민 가정 아이들을 위해서 '국가 찬스'가 필요하다.
우선 교육에 있어서 누구는 대학이나 유학을 가고, 누구는 학자금을 마련하려고 알바를 해야 하고, 누구는 또 취업할 때까지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구조가 있다. 청년교육카드로 10년에 걸쳐 2천만 원을, 취업을 위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그 다음으로 내 집 마련 문제. 국가가 집값 절반을 투자해주는 정책이 있다. 돈을 주는 게 아니라 투자를 해서, 지분을 국가가 갖고 있다가 돈을 벌어 나중에 인수하면 100% 가져간다. 만약 다른 데 먼저 써야겠으면 절반 지분만 가져도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 계속 살 수 있다.
우선 대표적 정책이 이 두 가지다. 이런 찬스가 주어지면 부모가 재산이 많지 않고 사회에서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런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 국민의힘 대권 경쟁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비롯한 '초보 정치인'들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3선 의원에 재선 도지사 출신의 '선배 정치인'으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나?
▶선배 정치인들이 탄핵을 겪었고, 이후 나락으로 빠져온 실망감의 그늘에서 못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온 분들은 거기서 자유롭기 때문에 높게 시작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지금 지지율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또 집권을 했는데 나라가 엉망이 된다면 우리는 영원히 집권 기회를 잃게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국가 운영을 과연 안정되게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봐야 한다.
국민들의 관심과 평가 기준이 앞으로 빠른 속도로 이 두 가지, 본선 경쟁력과 국가 운영 능력으로 옮겨갈 거다.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안다. 찬바람이 불면 원희룡의 본선 경쟁력과 국가 운영 능력이 각광받게 될 수밖에 없다. 그건 장담한다.
▶국가 운영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 제주도지사 출신으로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소신이 있을 것 같다.
- 지금 수도권 외 다른 지역들은 '골다공증'에 빠져 있다. 중앙정부에서 뿌려주는 자원을 n분의 1로 할당받기 위한 무한 경쟁만 하고 있는데, 이러면 지금 상황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가 없다.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광역경제권별로 과감한 권한을 줘야 한다. 기업과 산업을 일으킬 수 있고, 인재 육성과 생활 여건 등에 대해 '미니 중앙정부' 수준의 힘과 자원을 동원할 과감한 권한을 주고 선의의 경쟁을 시키는 게 답이라고 본다.
지역별로 과감히 권한을 위임하고 재원도 넘겨준다면 또 한 번 제2의, 이제는 한강이 아니라 낙동강과 영산강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스스로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가장 큰 차별점을 말해 달라.
▶검증된 사람이고, 준비된 사람이다. 그리고 진정성이 있고, 안정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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