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낮 없이 불화에 매진하다 보니 48년이 흘렀습니다."
18일 오전 대구 달성군 가창면 본연불화연구소에 들어서자 각종 불화(불교 경전을 표현한 그림)부터 전통방식으로 제작한 각종 안료, 면포, 비단 마 모시, 등 재료들이 즐비했다. 마침 탱화(벽에 거는 그림) 밑그림 작업을 마친 단청장 전연호(68) 씨가 채색 작업이 한창이다. 이곳에는 제자이자 부인 김성희 씨가 그를 돕고 있다. 대구시미술대전 초대작가인 아들 전진봉 씨도 함께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어린 시절 그림을 좋아해 취미로 만화를 그리곤 했던 전연호 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성인이 되면서 그는 대학 대신 좋아했던 만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중 김경암 선생을 만났고, 건물단청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후 그는 단청 작업을 배우며 10년 넘게 건물 단청을 그렸다. 건물 단청 작업은 비교적 단순한 작업이라는 생각이든 그는 무궁무진한 깊이의 불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싶어 동국대에 들어갔다. 이후 불교 예술사와 전통미술 등을 공부하게 됐다.
그는 오랜 시간 일을 하다 보니 잊지 못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전 씨는 40년 전 문경의 한 사찰에 단청 시공을 가기 위해 나무로 된 비계를 들기위한 도구인 새끼줄을 매고 가다, 산 중턱에서 새끼줄이 굴러떨어져 500m가 넘는 산을 두 번이나 올라야만 했다. 불화 공부를 위해 아직도 전국 사찰을 다니고 있다. 그는 사찰 내 촬영이 어렵다 보니 한 사찰에서 문화재 실태조사를 나왔다며,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나 쫓겨나기도 했다.
전 씨는 이처럼 어렵게 불화 기술을 습득한데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아무리 어려워도 끝까지 해낸다. 옛것을 지켜가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직접 작업한 불화를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선조들이 물려주신 불화 밑그림부터 다양한 작품들을 후세에 전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그는 여전히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전통을 지키고 있다. 특히 문화재 복원 작업은 매우 까다롭다. 당시 제작한 천을 공수하거나 없으면 짜기도 한다. 또 성분분석을 통해 똑같은 재료를 직접 해외에서 공수하기도 한다. 항상 이같은 노력을 쏟고 있는 그이지만, 아직 못한 것들이 많아 다음 생에도 불화를 그리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불화만을 위해 살아온 그의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전통을 계승하고 지키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아들 전진봉 씨에게 전수하고 있다. 아들 전 씨는 문화재 수리기능사 화공, 모사공, 도금공이자 대구시미술대전 초대작가이다. 또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가 연 제13회 문화재기능인전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해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부인도 대구시미술대전, 경상북도미술대전 초대작가이자 대구시무형문화재 단청장 이수자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불교미술대회에서 상을 휩쓴 실력자이다.
전 씨는 "시대가 변화하면서 가치에 대한 기준이 변화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오래가지 못하는 재료를 쓰거나,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남은 세월 동안 후진 양성을 통해 옛것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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