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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 좀…" 폭염에 뼈만 남은 50대 아사 직전에 가까스로 구조

열흘 넘게 아무것도 먹지 못해 생명이 위태로웠던 50대 독거 남성의 집. 연합뉴스
열흘 넘게 아무것도 먹지 못해 생명이 위태로웠던 50대 독거 남성의 집. 연합뉴스

열흘 넘게 아무것도 먹지 못해 생명이 위태롭던 복지 사각지대의 50대 독거 남성을 동 주민센터 공무원이 발견해 구조한 사실이 알려졌다.

22일 서울 양천구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신정3동 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이 취약계층 국민지원금 지급 관련 계좌 확인을 위해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자 수상히 여긴 공무원은 계속 통화를 시도해 가까스로 한 번 연결에 성공했다. 그 때 꺼져가는 목소리로 "주스 좀…"이라는 한 마디만 들렸다.

위급상황임을 직감한 주민센터 돌봄매니저와 방문간호사는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고, 조금 열린 문틈으로 냉방기도 없는 폭염 속에 뼈만 앙상한 모습으로 현관에 주저앉아 있는 A씨를 발견했다.

그는 끼니를 챙길 기력조차 없어 열흘 넘게 식사하지 못한 상태였고, 저혈압과 영양실조까지 겹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고개도 제대로 들 수 없었다고 알려졌다.

이들이 현장 응급조치를 한 후 상황을 파악해 보니 A씨는 극심한 당뇨와 알코올중독을 앓는 환자였다. 가족과도 술 문제로 사이가 나빠져 연이 끊긴 지 오래였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아니어서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태였던 것.

신정3동 돌봄SOS센터는 119구급대와 함께 보라매병원 응급실까지 동행해 보호자가 없는 A씨의 입원 절차를 직접 진행했다. 센터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A씨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수급 신청도 도와 줄 예정이다.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은 오물과 쓰레기로 가득한 A씨의 집 안을 청소하는 등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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