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와 열정은 경상도에서는 버금갈 자가 없을 것이다.'
대구에 의료선교의 싹을 틔운 장인차(우드브리지 오드윈 존슨)는 부인 이디스 파커 존슨과 대구에서 15년을 머물렀다. 그는 특히 전국에 유명한 약령시가 번성하고, 경상감영에서 허준의 「동의보감」을 두 번이나 펴낼 만큼 '(한)의학 고을'로 알려진 대구에 서양 의학의 뿌리를 내린 선구자로 평가받는 미국인이다. 또한 대구에 사과나무를 퍼뜨린 인물로도 기억되는 이다.
그가 1951년 7월 19일 세상을 떠난 지 올해 70주년이다. 마침 동산의료선교복지회가 최근 「한 알의 밀알 되어」라는 책을 통해 두 부부를 비롯한 대구경북에서 활동한 70명의 선교사 이야기를 담아 세상에 내놓았다. 두 부부는 책의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등장할 만큼 대구 개척자였다. 그들 부부가 잊지 않고 기록에 남긴 한 한국인이 있으니 바로 대구 사람, 서자명(또는 서면욱)이다.
존슨에 앞서 아담스 선교사의 '대구 사역의 열매'로 언급된 서자명은 존슨 부부에게 조력(助力)으로 빛난 인물이다. 1860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아담스의 소위 뽕나무골목 전도 시절 인연을 맺은 인물로, 믿음과 행실이 남달랐다. 무엇보다 그는 존슨 기록처럼 재치와 열정이 넘쳤다. 그는 1899년 12월 24일 설립된 대구 제중원에 환자가 몰리자 번호표를 나눠 주며 질서를 지켰다. 알기 쉬운 말로 재미까지 곁들여 복음 전파에도 나섰으니 존슨에게 그는 잊을 수 없는 대구 사람이 될 만했다.
선교사 70명을 다룬 책이지만 1936년 77세로 삶을 마친 서자명의 생애 일부 기록 등 옛 대구경북 모습도 담겨 있다. 근대기 지역민의 애환의 삶을 편린으로나마 살필 수 있는 이번 책은 1921년 2월 창립된 동산의료선교복지회 1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됐다. 그런데 당시 병원 전 직원이 1%의 급여를 모아 의료 취약 지역 지원과 복음 전파를 시작한 일이 아직까지 이어지니 놀랍다.
100년 동안 1% 정성을 모아 이웃에 힘이 되는 일에 앞장서고, 70인 선교사와 함께 그들을 빛낸 서자명 같은 대구 사람의 한 알 밀알로 오늘의 풍성한 열매가 맺어졌음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처럼 앞서 모범이 되었던 어제 같은 오늘, 그런 오늘 같은 내일이 이어질 대구를 그려 본다.
정인열 논설위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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