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운문댐 식수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국민의힘 대구 국회의원 12명이 지난 19일 대구·구미 취수원 공동 활용 방안과 관련, 환영의 뜻을 담은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환경부가 제시한 대구와 구미의 해평취수장 공동 활용 방안에 대해 장세용 구미시장이 조건부 동의 입장을,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해평취수장을 이용하면 대구 시민들은 구미공단의 수질 오염 사고를 걱정하지 않고 보다 안전한 물을 먹게 된다. 1991년 페놀 오염사고, 2018년 과불화화합물 사고 등 낙동강 수질 오염으로 홍역을 치른 대구시는 오랜 기간 환경부, 구미시 등과 물 문제 해결 방안을 협의해왔다.

최근 울산시청 앞 홍보탑에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운문댐 맑은 물 공급 확정'이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울산시가 현재 사연댐을 대체하는 식수원을 확보한 것을 홍보한 것이다. 울산 지역 사회도 이를 크게 반기고 있다.

울산시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 방지를 위해 약 20년에 걸쳐 노력했고, 대곡천 하류의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게 유일한 해결책임을 알게 됐다. 울산시는 운문댐 물 공급을 정부 보증으로 확보하면서 숙원을 풀 수 있게 됐다.

대구시와 울산시가 환영을 표시한 해평취수장 공동 활용과 운문댐 물 확보는 환경부가 주도하는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에 나란히 담겨 있다.

그런데 대구 시민에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좀 더 안전한 낙동강 물을 먹는 건 좋은데 전용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1급수 운문댐 물을 내주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들여다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꽤 크다. 대구 우선 공급이란 조항이 있다고 하지만 운문댐 물이 울산 시민의 전용 식수원이 되고 현재 운문댐 물을 먹는 대구 수성구·동구 주민들이 낙동강이나 금호강 물을 대신 먹을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가뭄으로 운문댐 물 공급이 중단된 2018년 이런 사례가 이미 있었다.

대구시가 시민 다수가 먹는 낙동강 물의 수질 개선을 위해 일부 시민이 먹는 운문댐 물을 포기한 것은 아닌가. 울산시가 대구시의 딜레마를 집요하게 잘 파고들었다. 운문댐 식수는 넉넉지 않고, 때론 부족한데 대구와 울산이 어떻게 이를 나눠 먹을지 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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