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 맛있는 포항 10味, 재미난 이야기] ‘다리가 10개라서 고마워’ 말이 필요없는 그 맛

구룡포대게
겨울철 포항을 대표하는 먹거리…전국 최대 생산량 ‘맛도 가격도 으뜸’

[ 맛있는 포항 10味, 재미난 이야기]

구룡포 대게. 포항시 제공
구룡포 대게. 포항시 제공

대게는 단연코 포항 맛의 원투펀치이다.

과메기와 문어 등 다른 먹거리가 많아도 포항 맛집 여행 리스트에서 대게가 빠지는 법을 본 적이 없다.

물론 동해안 어디라고 겨울철 대게 간판이 내걸리지 않는 곳 있을까.

그래도 포항이 대게로 가지는 강점은 타지역보다 확실히 드러난다.

전국 생산량의 40%가 포항, 그것도 구룡포항에서 생산되니 신선도며 품질이 한발자국 앞서 있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대게 거리. 큼지막한 대게 간판들이 멀리서부터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신동우기자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대게 거리. 큼지막한 대게 간판들이 멀리서부터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신동우기자

◇'여기저기 온통 대게' 행복한 고민에 빠지다

포항이 초행이라면 남구 구룡포읍 수협 위판장을 검색해서 들어오면 대게 골목을 찾기 편하다.

무작정 구룡포로 진입하다보면 집채만한 대게 간판이 널려 있으니 오히려 못찾는게 이상하다.

수십년 전부터 간간히 들어서던 대게 식당들이 어느덧 큰 길가를 모두 장악했다.

골목골목 늘어선 식당까지 합하면 족히 40개는 넘는다.

큰길 중간쯤 구룡포수협특산물판매장에서도 살아있는 대게를 언제든 구매할 수 있다.

구룡포와 인근 호미곶이 캠핌 명소로 알려진만큼 가는 길에 들러 대게며 가리비 등 신선한 수산물을 구매하면 좋다.

◇아침 일찍 날품 팔아 대게 저렴하게 구하기

포항에 살아서 가장 골칫거리가 되는게 또 대게다.

찬바람만 불면 평소 연락도 없던 친구녀석들이 너도 나도 대게 좀 구해 달라며 러브콜이다. 참 달갑지 않은 인기다.

요즘처럼 인터넷 시대에 굳이 전화를 건 속내는 뻔하다. 1인분 같은 2인분처럼 값싸고 알이 꽉찬 대게를 구하겠다는 도둑놈 심보다.

타박을 주면 다리가 없거나 금방 죽은 대게라도 구해달라고 한다. 참 귀찮은 일이라도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게는 타 어종보다 늦은 시간인 아침 9시쯤 위판에 들어 간다. 기온이 너무 떨어지면 다리가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생기는 탓이다.

위판 시간이 살짝 지나 갓 죽었거나 다리가 떨어진 대게를 박스째로 내놓고 파는 상인들이 구룡포수협 위판장을 가득 채운다.

살이 없는 물게는 1개 5천~1만원에, 제밥 실한 녀석도 5~6개 10만원이면 구할 수 있다. 바로 옆에 5천원만 내면 즉석에서 대게를 쪄주는 상인도 있으니 제법 괜찮은 장터다.

파란색 완장을 찬 포항 구룡포 박달대게. 지역별로 조금씩 완장 색깔 차이는 있지만, 그 의미는 똑 같다. 신동우기자
파란색 완장을 찬 포항 구룡포 박달대게. 지역별로 조금씩 완장 색깔 차이는 있지만, 그 의미는 똑 같다. 신동우기자

◇주둥이 까맣고 하얀 내장이 최고

물론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 좋은 대게를 먹고 싶다면 무조건 비싸고 큰 녀석을 먹는게 정답이다.

집게 부분에 완장을 차고 있다면 믿고 먹어도 된다. 수율(속살이 가득 찬 정도) 90% 이상의 국내산 박달대게에만 붙는 자망협회의 공인인증 마크다. 20만원 정도면 4인 가족이 나름 럭셔리하게 즐길 수 있다.

박달대게를 별도의 개체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단순히 같은 대게 중에서 속이 꽉찬 것들이다. 박달나무가 단단하고 속이 꽉 차 물에 가라앉으니, 그것에 빗댄 일종의 별칭이다.

식당에서도 정 값싸고 좋은 대게를 먹고 싶다면 요령이 있다.

대게는 배 부분과 입 주변을 잘 살펴보면 좋다. 너무 하얗고 매끈한 녀석일수록 살이 적을 수 있다.

배가 누렇거나 연분홍 빛깔이 도는게 살이 많을 확률이 높다. 입 주변이 까맣다면 먹이를 많이 먹었다는 증거다. 식욕이 왕성한 녀석이니 그만큼 튼실하다. 잘 모르겠으면 배 부분의 옆을 꾹 눌러보면 살이 어느 정도 찾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대게의 꽃인 내장은 흑색→녹색→백색으로 갈수록 맛이 달콤하다.

포항 구룡포 대게거리는 어디를 가도 맛집임을 보장한다. '대게마을' 김영철(53) 사장이 수족관의 대게를 들어 보이며
포항 구룡포 대게거리는 어디를 가도 맛집임을 보장한다. '대게마을' 김영철(53) 사장이 수족관의 대게를 들어 보이며 "바로 앞에서 직송이니 신선하지 않을 턱이 없다"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신동우기자

◇화사하게 핀 대게 꽃. 구룡포에서만 즐기는 별미

대게 식당 사장님들과 친해지면 여러가지 이득이 있다. 농담이라도 몇번 주고받다보면 홍게 한두마리 정도는 뜻하지 않던 덤이다.

찜으로만 먹는게 지겹다면 대게탕도 좋다. 얼큰한 매운탕 같은 것부터 맑은 지리까지 각 식당마다 특색이 있다. 대게찜을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고, 별도 주문도 가능하다.

더욱 친분을 쌓는다면 대게 꽃회를 은근히 부탁해 보자.

살아 있는 대게 다리를 벗겨 차가운 레몬 냉수에 담그면 살이 퍼지며 화사하게 핀 꽃처럼 변한다. 가격에 비해 들어가는 품이 많아 대부분 사장님들이 싫어하는 메뉴이다. 대신 탱탱한 살과 회 특유의 쫀쫀한 식감이 일품이다.

끝으로 속칭 빵게로 불리는 암컷 대게는 정말 비추천이다.

수자원 보호나 불법이라서가 아니다. 무엇보다 맛이 없다. 크기도 작고 살이 적으니 오히려 먹는 노력이 더 든다. 톡톡 튀는 알의 식감을 즐기고 싶다면 차라리 다른 생선알이나 찾으시라.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