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전 11시쯤 태풍 제12호 '오마이스'가 할퀴고 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저지대 지역은 한숨으로 가득했다.
밤새 허리춤까지 차오른 빗물에 냉장고며 밥솥 등 가전제품이 젖어 사용할 수 없게 돼버렸고, 장롱과 서랍장 등 살림살이도 같은 꼴이었다.
길목이나 도로는 흙밭이었다. 마을 뒤편 산 골짜기를 타고 흙과 돌이 폭포 같은 빗물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일대를 뒤덮어 집이나 상가 등 비 피해를 입은 곳은 모두 흙탕물을 뒤집어썼다.
이곳 주민들은 막막한 얼굴로 집이나 상가 안에서 비에 젖은 물건들을 밖으로 빼내고, 흙으로 뒤덮인 바닥을 쓸어내는데 집중했다. 주민들 곁에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현장에 나온 해병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에 손을 보태고 있었다.
이들이 힘겹게 복구에 나서고 있는 와중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비 피해는 이날 오전 1~3시에 집중됐다. 태풍은 이 시각 시간당 약 100㎜의 비를 퍼부었다. 더구나 만조까지 겹치면서 해안가 지역임에도 바다로 비가 빨리 흘러나가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산 골짜기에서 쏟아진 흙과 돌에 하수도관도 막혀 침수 피해를 키웠다.
이때쯤 갑자기 불어난 물에 미처 집에서 대피하지 못한 노인들은 소방대원 등에 업혀 위험 지역을 벗어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가 잠잠해진 뒤 집계된 비 피해는 54개 주택, 구룡포시장 내 5개 상가 침수였다. 18가구가 사는 아파트 1개 동도 상수도 물탱크가 침수돼 소방서에 식수공급을 기대야 하는 처지다.
이곳 주민 김모(84) 씨는 "새벽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며 물이 차오르더니 집안으로 넘어와 손쓸 틈도 없이 당했다"며 "살림살이가 모두 물에 잠겨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포항시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주민 정모(72) 씨는 "하수도관이 막히는 문제만 아니었다만 이렇게 침수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곳 하수관에 거름망도 없고, 청소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주민들을 위해 포항시가 해야 될 일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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