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위드 코로나'의 선행조건

지난 13일 휴대전화 카카오톡(왼쪽), 네이버 앱에 서울 지역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 백신이 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30세 이상 희망자에 한해 AZ 잔여 백신 접종을 허용했다. 그동안 AZ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발생 우려로 50세 이상만 맞도록 제한했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휴대전화 카카오톡(왼쪽), 네이버 앱에 서울 지역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 백신이 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30세 이상 희망자에 한해 AZ 잔여 백신 접종을 허용했다. 그동안 AZ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발생 우려로 50세 이상만 맞도록 제한했었다. 연합뉴스
전창훈 경북부장
전창훈 경북부장

지난해 5월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칠 때였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현장 의사라고 밝힌 익명의 게시자가 올린 글이 아직도 생생하다. 코로나19 종식은 불가능하고 독감처럼 매년 사람들을 괴롭힐 거라는 내용이었다.

그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긴가민가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1년 정도 고생하면 이런 상황이 해결될 거라는 희망과 기대가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5개월가량이 흘렀다. '델타 변이'로 대표되는 변이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제 '코로나19 종식'이라는 확신은 빠르게 옅어지고 있다. 당시 게시글은 기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코로나와 함께 살기)가 화두다. 얼마 전까지 주류로 사용되던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코로나 종식 후 시대)는 잘 들리지 않는다.

정부 또한 이 같은 분위기에 가세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최근 언론 브리핑을 통해 "1차 접종 70%가 추석 전에 달성되고 2주가 지나면 완전 접종이 되기 때문에 9월 말이나 10월 초에는 위드 코로나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가 전문가들 사이에 언급되던 위드 코로나 방식을 공식화한 것이다.

'또 설레발인가!' 단번에 필자의 머릿속을 스쳤다. 국민들에게 혹여 희망을 주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일 확진자 수가 최대치를 왔다 갔다 하는 위기 상황에서 과연 시의적절한 발표인지 모르겠다.

위드 코로나는 현재 영국과 싱가포르 등 몇몇 국가가 시행에 들어간 일종의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출구 전략'이다.

영국은 지난달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모임 제한 등 방역 조치를 전면 완화했다. 지난 16일부터는 백신 접종을 끝낸 사람에게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도 자가격리를 면제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방역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했다. 5인 이상 모임을 허용하고 확진자에 대한 대규모 추적 조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모임 제한도 상당히 완화했다.

정부의 방침은 이들 두 국가에서 시행하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참조해 빠르면 9월 말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으로 '위드 코로나'로 가야 간다면 그에 선행돼야 할 필수 조건이 있다. 충분한 백신 확보와 동시에 신속한 백신 접종이다.

이들 국가는 이미 국민의 70%가 2차 접종을 완료했고, 향후 위급 상황이 오더라도 언제든지 '긴급 카드'로 꺼낼 수 있는 백신을 충분히 쟁여 놓았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은 2차 접종을 어느 정도 끝내고 '부스터샷'(3차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백신을 맞고 싶어도 맞지 못하는 속칭 '백신 구걸 국가'인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는 아직 2차 접종도 겨우 20%를 넘었고 최근 미국 모더나의 백신 공급 차질 사태처럼 앞으로도 언제 백신 수급이 꼬일지 모른다.

장밋빛 전망으로 섣부르게 위드 코로나를 공론화하는 것은 자칫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전에도 방역과 관련해 정부의 설익은 판단으로 코로나19 사태를 키웠던 사례가 있지 않은가.

지금 정부가 전념해야 하는 책무는 첫째도 백신, 둘째도 백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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