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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인구정책 아예 손 놓은 건가

올해 1분기 대구의 출생아 수는 2천810명으로, 1분기 기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구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매일신문 DB
올해 1분기 대구의 출생아 수는 2천810명으로, 1분기 기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구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매일신문 DB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통계청 '6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출생아가 13만6천91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분기(4~6월) 출생아도 6만6천398명에 그쳐 역대 최저였다. 아울러 ▷2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 0.82명 ▷2분기 출생아 중 셋째 이상 비중 7.9% ▷상반기 혼인 건수 9만6천265건 모두 역대 최저다. 대구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대구의 출생아 감소 폭은 전국에서 가장 컸다. '2020년 출생 통계(확정)'에 따르면, 대구의 감소 폭(–15.4%)은 전국 평균(-10.0%)을 크게 넘어섰다.

30년 후 대구, 부산 등 13개 광역시·도 인구가 2017년 대비 500만 명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감사원이 지난달 13일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 실태를 감사한 결과다. 대구 인구는 2017년 246만 명에서 2047년 196만 명, 2067년 142만 명, 2117년 54만 명이 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경북은 2017년 268만 명에서 234만 명, 176만 명, 70만 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됐다.

통계청의 지방 인구 추계 결과를 토대로 2018년 합계출산율(0.98명)과 수도권 인구 집중 등이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전망한 결과다. 지난 2분기 합계출산율이 0.82명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감사원 예측은 그나마 장밋빛인 셈이다.

연간 출생아가 최고 정점을 기록한 때는 1960년으로 108만535명이었다. 이 숫자가 반 토막 난 것은 2002년으로 49만6천911명이었다. 처음으로 5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출생아는 27만2천400명이었다. 무려 380조 원을 쏟아부었는데, 정부가 마지노선이라며 제시했던 연간 출생아 30만 명은 맥없이 무너졌다.

감사원은 "저출산 문제는 청년층의 사회적 이동, 수도권 집중 현상과 관련이 있었다"면서 출산·양육 지원을 위한 보육 환경 개선에 주력했던 저출산 대책이 지역 인구 불균형 문제까지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 따라 2006~2020년 약 380조 원이 투입된 저출산 대책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키워드는 수도권 집중, 지역 인구 불균형. 일자리 찾아서 기약도 없이 고향을 떠나는데, 국가는 아이 낳으면 푼돈 쥐여준다는 대책뿐이었다는 뜻이다. 번듯한 정규직을 꿰찬 맞벌이 부부가 10년간 허리띠 졸라매도 아파트 한 채 장만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저 출산장려금 주고 육아휴직 늘릴 테니 아이를 낳으란다. 헛웃음도 아깝다.

대통령은 다자녀 가구의 경우 셋째부터 대학교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마저 2시간여 만에 대상을 '중위소득 200% 이하 가구'만으로 정정했다. 대부분 대학 등록금은 연간 1천만 원이 안 된다. 차라리 셋째를 낳으면 아파트 한 채를 준다거나 공무원으로 특채한다고 했으면 실현 가능성을 떠나 눈이라도 번쩍 뜨였을 것이다.

선거 때 표 얻을 궁리만 할 게 아니라 10년, 30년 뒤를 바꿀 인구 대책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현 정부에서 그런 기대는 꿈도 못 꿀 상황이다. 국가균형발전은 씹던 껌보다 못한 신세가 됐다. 그렇다고 대선주자들 중에 무릎을 탁 칠 만한 인구정책을 내놓은 이도 없다. 국가 미래는 안중에 없고 수도권 표심만 염두에 두고 있으니 당연지사다. 인구정책은 기능 마비 상태인데 표어만 바뀌었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에서 '가가호호 아이 둘셋 하하호호 희망 한국'으로. 표어 바꾸는 데 380조 원이 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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