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건널목의 키 높은 경고음이 한참 울린다. 곧이어 기차가 느리게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내년 초 폐로 예정인 경부선 철로다. 경주시내 동네책방으로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던 책방은 추억 자동재생기인 철로 가까이에 아날로그 풍미 넘치는 공간으로 지난 7월 다시 문을 열었다고 했다. 철로 건널목 경고음이 환영 축포처럼 들려오는 경주의 동네책방 '오늘은 책방'이다.
책방 운영 경력 5년차인 이준화 씨가 책방지기다. 전국에 동네책방 붐이 일던 때, 열정으로 시작한 책방이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준화 씨 커플은 결혼 전 책방을 열어보겠노라며 서로의 부모님께 사업계획서를 들고 갔다고 했다. 두 사람의 포부와 비전을 담아 설득했다. 2016년 7월이었다.
첫 시작은 경주 오릉 인근에서였다. 황리단길과 가까운 곳에서 7개월을 운영한 게 처음이었다. 헌책을 중심으로 판매에 나섰다. 자주 찾는 고객이 늘면서 이들의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다. 자신들이 소개하고 싶은 책을 적극적으로 소개하자는 바람이 생긴 것이었다. 이들의 책방은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책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책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환경, 비건, 제로웨이스트 관련 책이 주인 노릇을 하는 이유였다.
'책방안내문'에도 이들의 그런 바람들이 적혀 있었다. "더불어 살기 위한 구실을 만드는 서점, 다양한 구실을 함께 만들어 가는 서점"이라고 써뒀다. 책을 구실로 남녀노소 어울리는 책모임, 저자와의 만남, 책 읽어주는 시간, 어린이활동을 운영하고 개발하는 게 이곳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경주시청과 경주시립도서관 사이 주택가에 있다 보니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 시도들이 책방 2층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가게와 되살림 공방이 자리잡고 있다. 쓰레기를 덜 만들기 위한 물품을 소개하고 판매한다고 했다. 또 그것과 관련한 수업을 진행한다. 자연에 해를 덜 끼치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들만의 방식이었다.
교감과 의리로 맺어진 고객들이 많다. 이 씨도 "책방을 계속 열 수 있었던 건 오랜 기간 함께 해준 고객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가 추천하는 책을 믿고 정기구독하는 이들도 있다. 편지를 책에 동봉해 한 달에 한 권씩 보낸다. 작가의 소설과 관련한 이야기를 책방지기의 생각, 느낌과 함께 적는다. 연서는 아니지만 감정선을 자극하는 차분함이 전해져 위로받는 느낌이다.
이 씨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동네책방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책방의 문턱은 낮아야 한다. 편한 발걸음으로 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그가 강조한 문턱 낮은 책방의 탁자 한 쪽에 돋보기 안경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고 어린이와 이동약자를 생각해 턱이 없고 가구 간격이 넓다는 게 새삼 크게 와 닿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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