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 하양에 승효상 父子 건축가의 교회와 문화공간,명품 문화거리 탈바꿈

승효상의 교회 본질 충실한 하양무학로교회 2019년 설계
아들 승지후 건축가 교회 건너편에 '공간 물볕' 설계·감리 맡아
부근에 작은 수도원 같은 묵상의 집 조성해 이 세 곳 연결 …영성회복 플랫폼 완성

한적한 시골 동네인 경산시 하양읍 도리리의 무학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승효상 부자(父子) 건축가가 각각 설계해 지은 교회와 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현대인들의 영성(靈性)'을 회복할 수 있는 명품 문화거리로 탈바꿈했다.

공간 물볕 설계 감리를 맡은 승지후 건축가(맨왼쪽)와 건축주, 시공사 및 조경사 대표, 조원경 하양무학로교회 목사 등이 안마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진만 기자
공간 물볕 설계 감리를 맡은 승지후 건축가(맨왼쪽)와 건축주, 시공사 및 조경사 대표, 조원경 하양무학로교회 목사 등이 안마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진만 기자

먼저 2019년 '빈자(貧者)의 미학'으로 유명한 승효상 건축가(이로재 대표)가 설계해 건축한 하양무학로교회가 둥지를 틀었다. 연면적 70㎡(약 21평) 규모의 작은 교회다. 당시 승효상 건축가는 "단순·명료함을 통해 교회의 본질만 남겨 놓은 교회"라고 강조했다. (매일신문 2019년 5월 27일 자 1면)

요즘 이 교회는 입소문을 타고 기독교인뿐 아니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건축 전공자, 여행자 등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기도하고 위안을 받는 성소가 됐다.

하양무학로교회는 한국 교회의 상징인 높다란 첨탑도, 네온사인 십자가도 없다. 한쪽 외벽에 붙어 있는 작은 알루미늄 십자가가 교회 건물이라는 걸 알려 주는 유일한 표식이다. 매일신문DB
하양무학로교회는 한국 교회의 상징인 높다란 첨탑도, 네온사인 십자가도 없다. 한쪽 외벽에 붙어 있는 작은 알루미늄 십자가가 교회 건물이라는 걸 알려 주는 유일한 표식이다. 매일신문DB

최근에는 하양무학로교회 길 건너편에 문화시설인 '공간 물볕'이 건립돼 문을 열었다. '공간 물볕'은 승효상 대표의 아들인 승지후 건축가(107디자인워크숍 대표)가 설계와 감리를 맡았다.

'물볕'은 승효상 건축가와 깊이 연결돼 있다. 그가 이 건물의 이름을 '물볕'으로 제안했고, 물 흐르는 둣한 서체도 만들었다. 물볕은 하양(河陽)의 순 우리말이다. 이곳의 다양한 가구와 소품들도 그의 작품이다.

공간 물볕의 설계와 감리를 맡은 승지후 건축가(오른쪽 두 번째)와 건축주, 시공사 및 조경사 대표, 조원경 하양무학로교회 목사 등이 이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뒤편이 물볕 갤러리다.김진만기자
공간 물볕의 설계와 감리를 맡은 승지후 건축가(오른쪽 두 번째)와 건축주, 시공사 및 조경사 대표, 조원경 하양무학로교회 목사 등이 이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뒤편이 물볕 갤러리다.김진만기자

승지후 건축가는 "'물볕'은 아버지가 설계한 하양무학로교회 길 건너편에 마주하고 있어 교회와의 관계가 설계의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다"면서 "이 교회가 주인공이자 가장 강력한 콘텍스트이다. 따라서 물볕 새 건축물은 교회를 존중하고 살리도록 교회보다 높지 않고 더 화려하지 않게 낮으면서도 깔끔하고 심플하게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공간 물볕 건축물 모형도. 검은색 형태의 공간 물볕 윗쪽 도로 건너편에 하양무학로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김진만기자
공간 물볕 건축물 모형도. 검은색 형태의 공간 물볕 윗쪽 도로 건너편에 하양무학로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김진만기자

공간 물볕은 카페와 책방, 갤러리로 구성됐다. 카페는 층고를 높이고 경사지붕 끝에 고축장을 두어 오후의 빛이 내부로 쏟아지도록 했다. 책방은 천장을 두어 자연광 아래에서 책을 읽도록 했다. 갤러리로 사용하는 1960년대 지은 집은 새로운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로만 허물고 벽면 등 시간의 흔적을 최대한 살렸다.

물볕카페 실내와 안마당 모습. 김진만 기자
물볕카페 실내와 안마당 모습. 김진만 기자

'물볕' 마당은 건물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와야 비로서 보이는 스크릿가든 같다. 안마당, 책마당, 뒷마당, 사이마당, 골목마당으로 이름 붙여진 5개의 오픈공간들은 건물 내부를 확장하는 외부공간이면서도 건물 밖과 연결되는 동선이기도 하다.

공간 물볕의 사이마당에는 기존건물을 활용해 벽화가 그러져 있고 그 앞에 벤치가 놓여져 있어 사진 촬영하기에 좋다. 김진만 기자
공간 물볕의 사이마당에는 기존건물을 활용해 벽화가 그러져 있고 그 앞에 벤치가 놓여져 있어 사진 촬영하기에 좋다. 김진만 기자

건축주인 황영례 대표는 "물볕은 수익성만을 고려했다면 평수 많은 건물을 지어 임대를 해 돈을 벌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단층 건물을 지었다"면서 "교회를 찾았던 사람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 같은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물볕 건물과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는 자택을 승효상 건축가의 설계로 기도하고 묵상하는 집으로 리모델링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승효상 건축가는 "무학로에 교회의 본질만 있는 하양무학로교회, 작은 문화센터 같은 공간 물볕, 작은 수도원 같은 묵상의 집 등 세 곳의 건축물을 기도하고 교류하고 사유·성찰하는 공간으로 상호 연결하면 현대인들이 영성(靈性)'을 회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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