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의미있는 리사이틀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강지영이 2012년부터 진행해온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공연이었다. 아홉 번째로 진행된 이날 독주회에서 강지영은 마지막 연주회라 그런지 다소 상기된 얼굴이었지만 프로답게 32곡 중 남은 9, 12, 26, 32번 등 4곡을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는 피아니스트들의 '버킷 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피아니스트들에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전곡'이 '구약성서'라면 베토벤 소나타는 '신약성서'라고 할 정도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도전해 성공한 사례는 흔치 않다. 베토벤의 초인적 예술세계가 물씬 묻어나는 32개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는 거장 피아니스트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으로 국내에서는 백건우와 김선욱 정도다.

강지영은 베토벤의 인생 역정이 서려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부하면서 자신의 인생 전체를 피아노 선율에 옮겨 놓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기로 맘먹었다. "매일 그를 접하면서 피아니스트로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했고, 피아노 소나타를 통해 그의 생애를 되짚어보고 싶어 도전장을 던졌다"면서 "베토벤이 따로 의도한 바를 남기지 않아 연주자들이 곡을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도 소나타 전곡 연주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강지영은 9년을 '베토벤과 함께했다'고 할 정도로 그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베토벤 관련 자료를 뒤지는가 하면 책도 열심히 읽었다. 힘들거나 부족하다고 느낄 땐 빈으로 날아가 그를 만나 힘을 얻기도 했다. 그는 "연주회가 거듭할수록 베토벤이 나의 워너비가 됐다. 그러면서 '베토벤 앓이'는 점점 깊어져 갔다"고 했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더 이해하게 돼 처음에 가졌던 측은지심은 존경심을 넘어 경외심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강지영은 "'베토벤 앓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연주한 곡의 앨범 제작도 해야 하고, 또 베토벤의 다른 장르 작품도 연주해보고 싶다. 또 기회가 된다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며칠에 걸쳐 완주도 하고 싶다"고 했다.
대장정을 마친 강지영은 "빈에 가고 싶다"며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저에게 베토벤이 무슨 말을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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