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시작됐다.
한국은행이 26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함에 따라 시중 은행들도 일제히 시장금리 인상에 돌입한 것이다.
당장 30일부터 시중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금리가 0.2%p 안팎까지 줄줄이 오른다.
대출금리 상승도 시간 문제다. 10월부터 2%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릴 전망이다.
한은이 11월에 한 번 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자금을 빌려주는 것) 인상도 잇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자 부담이 껑충 뛰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예·적금 금리 인상 돌입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일제히 올리기 시작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신한은행이 30일 예·적금 금리를 0.2∼0.3%p 인상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다음 달 1일 예·적금 금리를 0.05∼0.25%p 올릴 계획이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다음 주 초부터, KB국민·하나·우리은행도 조만간 예·적금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도 기준금리 인상분을 적용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른 만큼 시중금리에 반영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인 상황이다. 다만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언제 얼마만큼 올릴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조만간 여러 상품들에 자연스럽게 반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앞서 국내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020년 5월(연 1.07%) 이후 줄곧 0%대를 유지해 왔으며 지난 7월에는 연 0.91%였다.
30일부터 시중 은행들이 잇따라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면 앞으로 정기예금 상품 금리 수준은 연 1%대 초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2020년 7월 이후 1.1%대에 머물러 온 정기적금 평균 금리 역시 기준금리 인상분 반영에 따라 높아질 전망이다.
◆10월부터 대출 금리 인상…"2% 금리 사라질 것"
예·적금 금리 인상에 따라 주담대 금리 인상도 '시간 문제'가 됐다. 예·적금 등 수신금리가 오르면 주담대 금리도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9월에 오르는 수신금리를 10월 15일 발표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에 반영한다.
'코픽스 금리'는 주담대 변동금리를 산정하는 주요 지표다. 따라서 10월 16일부터 새로 나가는 주담대부터 본격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주요 시중은행들의 코픽스 연동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2.62∼4.13%였다. 앞으로 금리가 오르며 2%대 대출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1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린다면 주담대 등 가계 대출금리를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도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시장금리도 추가로 상승해 대출금리가 더욱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상대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하는 점도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주담대 상품의 우대금리 한도를 0.3%p 줄이고, 전세대출 상품의 우대금리 항목을 줄이기로 했다. 우대금리를 축소하면 사실상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우대금리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자체적으로 우대금리 축소, 가산금리 인상 등에 나서면 사실상 대출금리가 추가로 오른다.
신용대출에서도 조만간 2%대 금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의 경우 대다수 상품의 기준 금리가 6개월 또는 12개월 '변동금리'다. 매년 기한연장 때 금리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96∼4.01% 수준이었다.
지난해 7월 말과 비교해 1년 만에 하단이 1%p 가까이 올랐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 인상 '고심'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본격적인 금리 상승 국면에 돌입하면서 역대 최대 수준까지 치솟은 '빚투' 이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금리 인상 이후 여러 증권사가 신용융자 거래 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음 달 신용융자 금리 산정 시 금리를 올리게 되면 고객에게 공지하고 10월부터 적용할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신용융자 금리도 오르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사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분을 신용융자 금리에 곧바로 반영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신용융자 금리를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한은 기준금리 인상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제가 됐든 추가 인상이 확실시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리포트를 낸 증권사 20곳 가운데 16곳이 연내에, 나머지 4곳이 내년 1분기에 각각 두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계속 오른다면 신용융자 금리도 결국 시장금리 상승 추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신용융자 금리 인상에 따른 '빚투' 이자 부담도 커지면서 빚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 규모는 지난 18일 역대 최대치인 25조6천112억원으로 치솟았다가 26일 현재 24조4천574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역대급'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현재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이자비용 부담액이 역대 최대치인 연 1조8천억원으로 추정했다.
그간 초저금리 환경에서도 신용융자 규모 팽창으로 이자 부담이 이처럼 커진 가운데 금리가 오르면 개인투자자의 '빚투'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신용융자 금리도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뿐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개인들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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