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구미 전국체전이 남겨야 할 결과물

최두성 체육부장
최두성 체육부장

세계를 제패하며 '신궁'(神弓) 반열에 오른 안산이 밝힌 다음 목표는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우승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첫 양궁 3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첫 하계올림픽 3관왕의 영광을 동시에 안은 그가 잡은 목표치고는 소박해 보이나 안산은 "아직 전국체전 우승을 한 번도 못 해 봤다. 속된 말로 올림픽 우승보다 전국체전 우승이 더 어렵다고 한다. 꼭 이루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양궁 등 일부 종목 이야기지만 치열한 내부 경쟁이 세계 최고가 되는 원동력임을 안산이 확인시켜 준 것이다.

10월 경북 구미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은 각 종목의 국내 최고를 가리는 최대 종합스포츠대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다. 그렇게 101회 대회는 이름만 남긴 채 무산됐다. 10월 대회에는 102회 타이틀이 달렸다.

코로나19 불안을 안고 전국체전은 준비되고 있다. '안전'에 방점이 찍히면서 종목별 분산 개최가 확정됐고, 도쿄올림픽처럼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야구, 축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에다 메이저리그, 유럽 축구 등 볼거리가 많아지면서 전국체전에 쏠리는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한국 체육의 100년을 이끌어 온 전국체전은 여전히 국내 스포츠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전국체전은 여느 대회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 서울에서 열린 100회 대회가 '건민'(健民)과 '저항'을 창립 이념으로 태동했던 한국 스포츠의 현재까지 종합보고회였다면, 사실상 101회째 이번 체전은 미래를 여는 새로운 시발점이다.

또한 코로나19가 단절시켜 버린 전국체전 100년사를 잇고, 코로나19가 멈춰 버린 국내 아마추어 스포츠의 새로운 길과 동력을 찾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1920년 조선체육회(대한체육회 전신) 주도로 열린 '제1회 전 조선 야구대회'는 전국체전의 효시다. 3·1운동 이듬해 독립운동가 이상재 선생의 시구로 시작된 대회는 스포츠를 통해 민족의 자존심과 독립의 염원을 확인하는 행사였다.

'우리 조선 사회에 개개의 운동단체가 없지 않으나 조선 인민의 생명을 창달하는 사회적 통일적 기관이 없으니, 실로 오인의 유감이고 또한 민족의 수치로다.' 1920년 7월 13일 창립한 조선체육회 발기문 한 대목은 이런 뜻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현대사와 궤를 같이한 전국체전은 유망 선수들을 키워 내는 터전으로, 1988 서울올림픽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와 세계적 대회에서 우리의 저력을 전 세계에 과시한 근간이 돼 왔다.

지나친 시·도 간 경쟁으로 스포츠 정신을 어긴 불공정 시비와 성적 지상주의가 불러온 체육계 폭력 관행 등 크고 작은 흠집도 남겨 왔다.

지난 도쿄올림픽서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을 존중하는' 시선을 확인했다. 메달을 따지 못해도 울지 않는 선수와 그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국민들을 봤다. 이런 변화와는 별개로 성적 면에서는 추락하는 한국 체육의 현주소도 목격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슬기로운 스포츠 행사 개최와 즐기는 스포츠로의 저변 확대, 무엇보다 정당한 경쟁을 통한 엘리트 선수 발굴과 육성은 이번 전국체전이 남겨야 할 결과물이다.

그래야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나아가 파리올림픽에서 더 큰 감동,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볼 수 있다. 체육계 모두가 이번 전국체전에 임해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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