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메타버스, 가상-의료 플랫폼

요즘 의대생, 시신 해부 대신 '3D 영상'으로 인체 분석

가상 환자 에이전트를 활용한 메디컬 트레이닝 솔루션을 제공하는 뉴베이스가 만든 메디컬 시뮬레이션 교육 프로그램인
가상 환자 에이전트를 활용한 메디컬 트레이닝 솔루션을 제공하는 뉴베이스가 만든 메디컬 시뮬레이션 교육 프로그램인 "뷰라보".뉴베이스 제공

"메타버스로 제페토에 놀러가면 어떨까?"라고 말했더니 "제페토? 피토키오를 만든 할아버지 이름이잖아!"라고 옆사람이 받아쳤다. 순간 완전히 다른 말을 서로 주고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메타버스',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등 생소한 말들이 생겨나 사용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컬어 메타버스라고 한다.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는 현재 전세계 2억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 게임인 '마인크래프트(Minecraft)'도 전세계 2억명 이상이 즐기고 있다. 최근 메타버스가 우리의 건강과 질병과 관련된 의료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 원"

◆메타버스(Metaverse)란?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및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확장현실(XR)을 기반으로 만든 3차원 확장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고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마치 현실 세계처럼 느껴지도록 3차원으로 만든 가상세계다.

메타버스의 가상세계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어 2018년에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생생하게 나온다. 이 영화는 환경이 파괴된 암울한 세상인 2045년을 배경으로 한다. 현실은 비참하지만 '오아시스'라는 거대한 가상현실 세계에 접속하면 상상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인공 웨이드 와츠가 오아시스 개발자가 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가상세계에서 펼치는 흥미진진한 장면들이 영화 속에 펼쳐진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단순히 2차원적인 배경이 아니라 3차원적 배경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해주는 플랫폼이 메타버스다. 또다른 예로는 1999년에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에서 네오와 몇 명의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상세계에 들어가 인공지능과 싸우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장면이 메타버스와 닮아있다.

라이브 서저리 세션을 지켜보며 토의중인 아바타 형태의 참석자들 모습.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라이브 서저리 세션을 지켜보며 토의중인 아바타 형태의 참석자들 모습.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의료 교육에 이용되는 메타버스

메타버스가 의료분야에서 가장 먼저 사용되기 시작한 분야는 교육이다. 최근 온라인 회의나 세미나를 위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이 가능한 줌(ZOOM)이나 유튜브 등이 많이 사용된다. 인터넷 접속을 통해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 모여서 진행하는 것과 다른 여러 한계점이 있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다.

메타버스를 의료 교육에 이용하면 참가자가 인체 속으로 들어가 특정 부위를 자세히 관찰하거나 수술하는 과정을 360도 회전하며 상세하게 볼 수 있다. 더욱이 3차원 가상세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현장에 직접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최근 서울대 의대가 '해부신체구조의 3D영상 소프트웨어·3D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및 실습'이라는 과목을 개설했는데 이것은 기존 실습 과목과 달리 메타버스를 이용한 실습 과목이다. 이 과목에 참여하는 의대생들은 3차원 가상세계에 들어가 의료영상을 3차원으로 구현하고 인체 내부를 분석하는 해부학 콘텐츠 활용 실습을 해볼 수 있다. 이 과목은 기존 의대생들이 해부실습용 시신(카데바)을 이용해서 진행하던 실습 과목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간호대 학생들이 실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뷰라보(Vurabo)'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것은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응급상황을 실습할 수 있도록 뉴베이스가 만든 메디컬 시뮬레이션 교육 프로그램이다. 실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뷰라보를 이용해 정맥주사, 채혈, 호흡기계 중환자 관리 등을 실습할 수 있다.

올해 5월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수술실에서 폐암 수술 시연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었다. 영국과 싱가포르를 포함하여 아시아 각국의 의료인 200여명이 메타버스에 들어와 실시간 수술 과정을 참관하고 음성 대화로 토론도 했다. 이처럼 실제로 다양한 의료 교육에 메타버스가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일산 차병원은 환자가 자신이 받을 치료과정이나 수술과정을 가상세계에 들어가 미리 체험해볼 수 있도록 메타버스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일산 차병원은 환자가 자신이 받을 치료과정이나 수술과정을 가상세계에 들어가 미리 체험해볼 수 있도록 메타버스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환자 교육을 위한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뿐만 아니라 환자를 위해서도 활용되고 있다. 차의과대학교 일산차병원은 올해 6월에 제페토라는 메타버스에 일산차병원을 개원했다. 7층 이벤트홀, 산과, 초음파실, 6층 분만실 등을 구현해 두어서 환자가 병원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일산차병원은 향후 수술실, 로봇 수술실, 병동 등도 구현하여 환자에게 수술을 받기 전에 미리 수술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환자가 자신이 받을 치료과정이나 수술과정을 가상세계에 들어가 미리 체험해볼 수 있도록 메타버스를 통해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의 치료과정 이해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질병 예방과 치료도 메타버스로!

최근 KT는 '리얼큐브'라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해서 노인의 치매 예방을 지원하고 있다. 리얼큐브는 부가적인 장비 착용 없이 현실 공간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위치와 동작을 인식하는 센서를 통해 가상환경을 체험하게 해준다. 이것을 노인이 장비 착용의 불편함이 없이 치매 예방에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이용하여 질병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다. 특히 정신건강치료에 가상현실의 다양한 연출 장면을 체험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울증이나 약물중독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디지털치료제를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 환자 치료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완화시켜주기 위해서 가상현실의 장면과 체험도 활용될 수 있다. 이외에도 환자의 재활과정이나 환자 개인맞춤 질병 예방과 치료 서비스 제공에 메타버스가 향후 활용될 것이다.

의료 분야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여럿 있다. 메타버스 관련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사물인터넷, 5G 통신,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술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메타버스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것이 원격의료에 해당될 수 있는데 현재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제도 보완도 필요한 실정이다.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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