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의 음식 이야기] 생강의 생각으로 가을맞이

생강과 생강가루
생강과 생강가루

여름 더위가 물러난다는 처서가 지나고 나니 바람엔 제법 가을이 묻어있다. 새벽녘 기온의 서늘함은 이불을 끌어당기게 만든다. 절규에 가까운 풀벌레들의 울음소리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신호 같다. 이러한 계절적 변화에 맞춰 우리의 밥상에도 변화가 찾아와야 한다. 오늘은 무더위에 지친 몸을 보해주고 몸속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없애 병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인 생강에 관해 이야기하겠다.

원산지가 인도와 말레이시아인 생강은 정통의학서와 이슬람 성전에 각각 "신이 내린 선물", "하늘로부터 받은 성스러운 영혼"이라고 불릴 만큼 귀한 식자재다. 서양에서 생강은 수백 년에 걸쳐 향신료 무역에 빠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상품으로 왕의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고 왕족이나 상류계급의 사람들만 쓸 수 있는 귀한 식자재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이전에 재배가 되기 시작하였다. 동의보감에는 "말린 생강은 소화제의 기능을 담당하고 양기를 돋우며 오장육부의 차가운 기운을 제거하는 데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요리의 양념 재료로 많이 이용하는 뿌리채소인 생강은 독특한 맛과 향으로 특히 비린내를 없애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율곡 이이 선생께서는 제자들에게 생강의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성질을 높이 여겨 '화합할 줄 알며 자기 색을 잃지 않는 생강 같은 사람이 되어라' 하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한다. 이는 주변과 잘 화합하면서도 자기의 중심과 색을 잃지 않는 군자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강 역시 여러 가지 음식에 들어갔을 때 음식들의 맛과 향을 돋구어 주는 동시에 본연의 맛과 향 또한 잃지 않는 점이 비슷하여 생긴 가르침이다.

수분함량이 80~90%, 당질이 12~13%, 섬유질이 약 2g인 생강은 향신채소로서 육류의 누린내 제거와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며 살균작용이 있어 생선회에 곁들여 내기도 한다. 생강의 매운맛 성분 중 하나인 진저롤은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여 식욕 증진과 진통작용이 있고 혈전 예방에도 도움을 주며 생강 속에 함유된 디아스타아제(diastase)는 육류의 연화에 쓰이며 양념, 정과, 차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된다.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가진 음식일지라도 먹는 방법을 모르고 지나치게 섭취할 경우에는 몸에 해를 일으킬 수 있다. 생강 또한 과도하게 섭취 시 위액의 과다 분비로 위점막 등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열이 많은 사람이나 피부병, 치질 등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으므로 섭취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생강을 살 때는 육질이 단단하고 황토색을 내는 것을 선택하며 모양이 일정하고 발이 굵고 넓으며 껍질이 잘 벗겨지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섬유질은 적고 연하고 싱싱하며 토사 및 부착물이 없으며 건조상태가 좋은 것을 고른다. 고유의 매운맛과 향이 강한 것과 한 덩어리에 여러조각이 붙어 있으며 삼각형 모양이 선명한 것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재료를 고르는 요령이다.

구입한 생강은 2~3일 내에 먹을 것은 다듬어서 젖은 행주에 싸거나 비닐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사용하며 오랜 냉장 보관 시 햇빛에 잘 건조해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보관하고 장기간 보관 시에는 생강을 다진 후 냉동실에 얼려 보관하거나 건조해 가루로 만들어 보관하는 것도 좋다. 맛과 향이 좋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건강 기능성 물질을 함유한 생강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몇 가지 조리 방법을 소개하겠다.

첫 번째, 생강 식초이다. 생강을 씻어 편으로 썰고 용기에 생강을 넣은 후 식초를 부어 발효 숙성시켜 먹는다. 두 번째, 생강 배숙인데 냄비에 편으로 썬 생강 30g과 배 2개를 껍질 벗겨 8등분한 것과 물 13컵을 넣고 끓인다. 여기에 꿀과 설탕을 넣고 1시간 정도 은근하게 끓여 체에 받친다.

세 번째, 생강 도넛이다. 보통 도넛 만드는 재료(계란 2개, 소금, 박력분, 설탕 등)에 다진 생강을 넣고 반죽해서 볼에 비닐을 덮고 1시간 정도 휴지시킨다. 반죽을 동그랗게 성형해서 160℃ 기름에 노릇하게 튀겨낸다. 이외에도 생강 청이나 음식궁합이 잘 맞는 장어, 찹쌀 등과 함께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도 좋다. 화합할 줄 알며 자기 색을 잃지 않는 생강처럼 생각하며 건강한 가을맞이를 본격적으로 준비해 보자.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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