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10味 이야기] 포항물회, 뱃사람 즉석 선상식에서 국민 특미로

포항물회
어종 다양하고 풍부한 영일만 중심…다른 지역보다 발달
원조 고추장 물회의 원초적 맛에서 소스 가미 대중화 성공

어민들의 즉석 선상식이었던 포항물회가 화려한 변신을 거듭해 전국민적인 특미로 사랑을 받고 있다. 포항시 제공
어민들의 즉석 선상식이었던 포항물회가 화려한 변신을 거듭해 전국민적인 특미로 사랑을 받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맛으로 과메기 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포항물회이다. 포항은 강원도 속초 물회와 제주 서귀포 물회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물회의 고장으로 꼽힌다. 각 지역마다 주로 사용하는 어물과 양념도 차이가 나지만 어종이 다양하고 풍부한 영일만을 끼고 있어 전국적인 명성은 포항물회가 가장 높다.

◆물회는 마시는 것?

어민들을 비롯해 포항물회를 오래 즐긴 사람들은 "예전에는 물회를 '먹는다'고 하지 않고 '후루룩 마신다'고 했다"고 기억한다.

늦은 밤이나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조업을 나가는 어민들이 고기잡이를 나갈 때 아침식사를 들고 나가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빈속에 정신 없이 그물·통발 등 어구들과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동해의 해가 밝고 한숨을 돌리고 나면 허기와 갈증이 몰려 온다.

광어·우럭·가자미·노래미·오징어·꽁치 등 올라오는 것들을 즉석에서 회를 뜨고 가져간 고추장이나 된장에 쓱쓱 비벼 먹거나 냉수를 부어 마셨다.

소고기·돼지고기가 만만하지 않던 시절 그들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물회에다 다양한 야채와 소스를 넣어 원기를 보충했다. 소박한 포항물회는 선상식이자 가정식이었다.

◆전통 물회 트로이카 시대

포항물회가 선상에서 시장 주변 식당 메뉴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1960대 쯤이란다. 처음엔 주 에피타이져나 곁들임 반찬 정도로 올라오기 시작하다 별개의 메뉴로 변화해 나갔다.

포항제철이 1967년 11월 창립을 전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포항시의 인구가 늘고 도시화가 빨라졌다.

포항시 북구 덕산동엔 당시 시청(현재 포은도서관) 경찰서 소방서 교육청 등과 은행 등이 몰려 있어 맛집들도 많이 생겼다.

외식 물회집의 원조 격으로 꼽히는 곳이 '포항물회식당'이다. 1990년대 언론보도 등을 참조하면 '포항물회식당'은 이미 1950년대에 문을 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뒤이어 '영남물회식당' 과 '부산물회식당' 이 잇따라 생겼고 이들은 1970~1990년대 포항 도심 물회 시대의 트로이카로 사랑 받았다.

이들 트로이카 원조 포항물회 식당들은 물회와 함께 곁들였던 별미도 있었다. 회를 뜨고 남은 생선을 푹 고아 낸 이른바 '뼈가지 국'을 함께 내놓았다. 아침 일찍 식당을 찾은 술꾼들의 속풀이에는 다시 그만 이었다.

포항영일대해수욕장 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20여개의 물회집이 모여있는 설머리물회지구. 포항시 제공
포항영일대해수욕장 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20여개의 물회집이 모여있는 설머리물회지구. 포항시 제공

◆화려한 변신 변신…도시락까지

2천년 대를 전후해 포항물회는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고 보다 대중화됐다.

전통 고추장과 물만에 그치지 않고 외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콤달콤 육수(슬러시 형태의 붉은 소스)를 함께 내놓는 등 화려한 변신이 통했다.

대표적인 곳이 포항시 북구 설머리물회지구이다. 영일대북부해수욕장의 개발에 맞춰 해안도로를 따라 인접한 두호동과 환여동 물회집들이 지난 2010년대 언론매체를 통해 집중 소개됐다. 지난 2015년엔 우수 외식업지구로 선정됐다.

영일대북부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눈을 즐겁게 한 사람들은 대부분 설머리물회지구를 찾아 이번에는 식도락을 만끽한다. 전국적인 핫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포항시 북구 영일대북부시장과 죽도시장에도 수십년 전통을 자랑하는 가게도 적지 않다. 특히 영일대북부시장의 한 물회집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문과 유명 음식평론가의 방문 등으로 줄을 서서 먹는 음식집이 되기도 했다.

구룡포의 물회집들도 도심 식당 만큼 SNS홍보에 능하지 않았지만 40년 내외의 노포(老鋪) 맛집들도 적지 않다.

포항물회가 음식산업의 정점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도시락화에도 성공했다.

지난 2008년 포항 영일신항만 행사 때 포항 영일대북부시장에 있는 한 물회집이 포항 최초로 3천명 분의 물회 도시락을 제공하며 찬사를 받았다. 요즈음 물회 도시락이 최근 코로나19 불황을 맞아 작은 규모의 물회식당들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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