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꾸로읽는스포츠] 대구FC의 꿈 꾸는 용병 완성체

특급 공격수 세징야, 에드가 변함없는 활약…후반기 영입한 플레이메이커 라마스가 관건

대구FC는 올 시즌 후반기 브라질 출신 용병 완성체를 꿈꾸고 있다. 왼쪽부터 에드가, 세징야, 라마스. 대구FC 제공
대구FC는 올 시즌 후반기 브라질 출신 용병 완성체를 꿈꾸고 있다. 왼쪽부터 에드가, 세징야, 라마스. 대구FC 제공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의 지난 2015-2016 시즌 우승은 세계 축구팬들로부터 '동화'로 불렸다. 약체가 예상을 깨고 정상에 오른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1884년 창단한 레스터시티는 당시 창단 132년 만에 첫 리그 우승의 기적을 연출한 뒤 올해는 137년 만에 창단 첫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국내 프로축구 팬들도 한 번쯤 그려볼 만한 '가을 동화'가 있다. 시민구단의 K리그1 제패다. 시민구단이 기업구단의 벽을 허물고 정상에 오르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최근 수년간 K리그1 흐름을 보면 시민구단 우승 후보로 대구FC를 꼽을 수 있다. 대구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12개 구단이 경쟁한 K리그1에서 5위를 차지했다. 순수한 시민구단으로는 2년 연속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2018년에는 FA컵에서 정상에 올라 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 정규시즌에서 지금까지 시민구단이 우승한 적은 없다.

대구는 올 시즌에도 상위권에서 순위 다툼을 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재개한 후반기에서 6경기 무승(1무 5패)으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이후 6경기 연속 무패(4승 2무)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구는 25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홈경기에서 0대0 무승부를 기록,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구는 현재 1, 2위를 달리는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우승 다툼에 뛰어들만한 전력은 아니지만, 올해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고 있다.

대구FC 전력의 핵은 외국인 선수, 즉 브라질 출신 용병들이다. 대구는 2003년 K리그에 뛰어들 당시부터 브라질에서 용병을 구했고 지금까지 이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는 다른 구단과 비교하면 용병을 잘 발굴해 활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구는 에닝요, 조나탄 등 걸출한 용병을 키워 이적시키면서 시민구단의 열악한 살림살이에 돈을 보탰다.

하지만 대구는 아시아 쿼터를 제외하고 3명 보유 가능한 용병 제도 아래에서 한 번도 완성체를 가동하지 못했다. 제1, 2 용병이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음에도 제3의 용병이 자리를 잡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좋은 성적을 낸 2019, 2020년과 올 시즌 전반기까지 대구는 제3의 용병에 신음했다.

대구 공격진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제3의 용병 문제는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라마스를 영입하면서 해결될 가능성을 보인다. 중원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는 라마스는 아직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지만, 팀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라마스는 지난 8월 7일 전북전과 14일 강원전에서 교체 투입된 뒤 20일 광주전부터는 붙박이 선발로 나서고 있다. 그는 넓은 시야로 볼을 배급하면서 날카로운 왼발 킥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라마스 투입 후 대구는 연패에 허덕이기도 했으나 이후 그가 자리를 잡으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에드가(등번호 9번), 세징야(11번) 속에 라마스(10번)가 끼어들면서 대구의 용병 조직력은 완성체를 향해 가고 있다. 라마스는 세징야가 전담하던 프리킥과 코너킥을 분담, 그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세징야와 에드가에게 몰린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분산하는 효과도 나오고 있다.

라마스가 공격 조율을 맡으면서 세징야와 에드가는 골 사냥에 더 날개를 달았다. 지난 10일 포항전(2대1 승)과 18일 울산전(2대1 승), 22일 제주전(1대0 승)에서 세징야와 에드가는 팀이 터뜨린 모든 골을 책임졌다. 에드가가 3골, 세징야가 2골을 넣었다.

올 시즌 전체 성적도 훌륭하다. 세징야는 시즌 26경기에서 9골, 5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14개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특급 용병다운 면모를 올해도 어김없이 발휘하고 있다. 에드가도 25경기에서 8골-5도움을 올리고 있다.

대구가 올 시즌 역대 최고인 4위 이상의 성적을 내려면 라마스가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는 빠른 경기 내에 공격 포인트를 올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대구에는 고만고만한 능력을 보인 10번 용병이 여럿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영입 당시 주목받았으나 팀에 녹아들지 못하고 퇴출당했다. 이는 고스란히 대구 전력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구가 올 시즌 막판 용병 삼각편대를 잘 구축한다면 내년에는 기업구단의 벽을 넘어 정상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그 가능성은 일단 라마스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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