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 짜증나"…9년간 키워준 할머니 흉기 살해한 10대 손자들

30일 오전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의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고등학생 형제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사건이 발생한 해당 주택 옥상에 교복이 널려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자신들을 길러준 할머니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10대 손자들이 "할머니가 심부름을 시켜 짜증났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30일 존속살인 혐의로 고등학교 3학년 A(18)군과 학교에 다니지 않는 B(16)군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 형제는 이날 0시 10분쯤 서구 비산동 한 주택에서 흉기로 할머니(77)의 얼굴과 머리, 어깨, 팔 등 전신을 마구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손자가 흉기로 아내를 여러 번 찔렀고, 아내 옆에 못 가게 한다"는 할아버지(92)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119 구급대가 도착해 CPR을 실시하며 할머니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집 안에 있던 A군은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동생 B군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경찰이 긴급 체포했다.

두 사람은 범행을 시인하고 있으며, A군은 범행 동기에 대해 "할머니가 잔소리하고, 심부름을 시켜서 짜증이 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오전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의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고등학생 형제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취재진들이 사건이 발생한 해당 주택을 취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조사 결과 형제는 2012년 8월부터 조부모와 생활해왔으며, 할머니는 2007년 9월, 할아버지 역시 2001년 2월 각각 신체장애 판정을 받았다.

평소 조손간의 사이는 크게 나쁘지 않았으며, 할아버지보다 몸이 다소 덜 불편한 할머니가 손자를 주로 돌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구청 측은 2013년부터 기초생활 수급 가정으로 지정했고 이들 가정은 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군 형제에 대해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