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대구단편영화제가 지난 8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오오극장과 만경관에서 개최되었다. 대구단편영화제는 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대구의 대표 영화제로 대구의 무더위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한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의 장이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단편영화처럼 매년 여름이면 찾아오는 한여름 밤의 꿈같은 대구단편영화제가 올해도 열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상 초유의 팬데믹은 영화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처음에는 개최 자체가 불투명하던 영화제였지만 익숙하게 또 새롭게 변화된 모습으로 재정비하여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치러낸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은 이룬 셈이다.
그동안 극장에서 일을 하면서 다양한 영화제에 함께해왔다. 일상을 벗어나 오롯이 영화만을 즐기는 특별한 시간, 영화로 하나 되는 축제. '영화제'라는 단어만 들어도 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마도 당분간은 돌아가기 어려울 코로나 시대 이전의 영화제를 떠올려 보면 잃어버리기 전에는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 닿는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극장과 거리도, 관계자들과 친목을 다지며 밤새 이어지던 술자리도 이제는 아득히 먼 일이 되어버렸다. 전주영화제의 어느 날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 영화 보기를 취소하고 한옥마을로 산책을 가기도 하고, 부산영화제의 어느 날에는 밤바다를 걷다가 연예인을 마주치기도 했다. 영화제뿐 아니라 도시 전체를 즐기던 낭만과 자유가 새삼 그리워진다.
아쉽지만 팬데믹을 지나며 영화제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안전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과 관객 동원의 어려움으로 많은 영화제가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를 선택했다. 개최를 결정한 영화제들도 극장 상영과 온라인 상영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여러 실험을 거치면서 영화제를 지속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대구단편영화제도 온라인 상영은 아니지만 전 좌석 사전 예매, 포럼 생중계를 비롯하여 개막 영상 온라인 공개로 개막식을 대체하고 폐막식과 시상식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등 온·오프라인 행사를 적절히 섞은 방식을 시도했다.
지난해 열린 강릉국제영화제 행사 '강릉포럼'에서 발표한 피어스 핸들링 전 토론토 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그는 "비싼 티켓, 매진 등으로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는 관객은 한정적이었다. 온라인 영화제는 일부 사람들에게 한정됐던 영화제를 지방, 전국, 나아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팬데믹이 영화제의 개방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영화제의 모습이 어떻게 또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온라인 상영이 대세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단 하나는 영화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된다는 것이다. 영화가 계속되는 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영화제를 만나게 될 것이다. 가능하다면 팬데믹 이전의 자유로운 영화제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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