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사람에게 사람보다 더 큰 희망이 있을까

어른이 읽는 동화 / 이수경 지음 / 학이사 펴냄

이 책은 사랑과 위로를 나누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이 책은 사랑과 위로를 나누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산문집이다. 꽃을 사랑하면 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좋다며, 사랑은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 말하는 오지랖 넓은 저자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 같지 않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이웃에게 훌쩍 다가가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버린다.

마트 식당가에서 합석한 할머님들께는 오리 다리 살 발라 입에 넣어드려야 하고, 뇌졸중 후유증으로 손을 떠는 어르신의 비빔밥도 대신 싹싹 비벼드린다. 횡단보도 안전지킴이를 하던 학부모에게 우산을 양보해서,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학생에게 직접 만든 토스트를 줘야 해서, 실내화 한 짝 떨어트리고 간 중학생에게 실내화를 돌려주기 위해서 바쁘게 달린다. 방황하는 아이를 대뜸 아들이라 부르며 보듬는가 하면, 팔리지 않는 오징어구이에 눈물을 훔치는 아가씨를 위해 목청을 돋우며 맛나다고 외치기도 한다.

이런 다정한 오지랖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건 아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엄마와 세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주 배를 곯았고 몸을 누인 지하실 한쪽 방에서는 벌레가 들끓었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 악에 받쳐 살아야 했지만, 사랑하는 법은 잊지 않았다. 걸음동무가 돼 준 따뜻한 이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툰 호객행위에도 선뜻 남은 과일 바구니를 사간 노신사, 손목의 흉터를 놀리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심장 수술 자국을 내민 정태, 어려운 사정에도 우유와 보름달 빵을 챙겨 주던 영주 엄마가 있었다. 그 모두와의 관계에서 저자는 먼저 손 내밀고 다가가는 법, 사랑을 주고받는 법을 배웠다.

책은 크게 '인연', '이웃', '인생' 등 세부분으로 구성됐다. 이웃과 부대끼려 기꺼이 귀를 기울이고 사랑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는 일상의 기록을 읽다 보면 어떤 어른, 어떤 이웃이 될 것인지 고민해 보게 된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저자의 어린 시절이 힘겹지만은 않았던 이유는 혼자가 아니었고, 서로의 사소한 관심이 사랑이 됐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이 책은 사랑 이야기입니다. 읽으면서 눈물이 고이고, 콧물을 훌쩍이게 되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만하면 괜찮다고, 괜찮았다고 위로를 나누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가슴속에 살고 있는 어린 '나'에게도 등불을 켜주는 이야기, 어른이 읽는 동화입니다." 240쪽, 1만3천원

어른이 읽는 동화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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