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10대 형제가 자신을 키워준 70대 친할머니를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형제는 열악한 주거환경과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생활했다. 또 어릴 적 부모와 연락이 끊긴 뒤 조부모와 생활한 형제는 정서·행동 장애를 겪었고, 이 때문에 치료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30일 존속살인 혐의로 A(18) 군과 B(16) 군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형제인 이들은 이날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 한 주택에서 흉기로 할머니 C(77) 씨를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30여 군데 찔린 상처가 있던 C씨는 사건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할머니가 잔소리해서 화가 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부터 형제는 할머니에게 불만을 느꼈고, 살해 계획을 서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 취재진이 만난 한 이웃 주민은 "평소 할머니가 손자에게 잔소리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범죄로 이어진 '가족 간 갈등'의 배경으로 주거환경과 가정형편이 지목된다. 2012년부터 부모와 연락이 끊긴 뒤 형제가 생활한 조부모 집은 낡은 단층 주택이다. 1985년에 지어진 이 주택의 건축면적은 29.2㎡에 불과할 정도로 좁다. 옆집과 거의 붙어 있어 생활하기에 불편한 구조다.
조부모는 나이가 많고 몸이 불편해 형제를 돌보기에 버거운 상황이었다. 또 2013년부터 기초생활 수급 가정으로 지정돼 정부 지원을 받는 등 경제적 형편도 넉넉하지 못했다.
이웃들은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94) 대신에 할머니가 주로 형제들을 보살폈고, 그 과정에서 훈계하는 일이 잦은 편이었다"고 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형제의 정서와 행동은 불안했다고 한다. 현재 고교생인 A군은 중학생 때부터 정서·행동 장애로 아동발달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아왔다. B군은 지난달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는데, 교사와 학생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는 게 그 이유다. B군은 중학생 때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의 관심도 미미했다. 기초생활 수급 대상인 이 가정에 주민센터는 1년에 한 번씩 안부를 확인하거나 구호물품을 전달하는데 그쳐, 가정 불화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 인근 노인복지센터는 홀몸노인이 주요 이용 대상이어서 조손가정은 도움을 받을 대상이 아니었다.
신성원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감수성이 예민할 수 있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있다면 통제력이 더 높아질 수 있는데, 아무래도 조손가정에선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통 형제 중 한 사람이 극단적인 상황을 막게 되는데, 이번 사건은 둘 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어서 비극적인 범죄로 이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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