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구 이슬람사원 갈등…유학생들 "혐오 멈춰주세요"

구청에 책임 있는 사과도 요구
"주민들 테러리스트 손가락질 차별 조장 현수막 등에 불안감"

30일 오전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 유학생 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이슬람 신도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멈춰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30일 오전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 유학생 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이슬람 신도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멈춰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과 건축주 간 공방이 팽팽한 가운데 이슬람 유학생들이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이슬람을 향한 혐오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단체와 경북대학교 이슬람 유학생들은 30일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학생들이 대현동 주민들로부터 혐오와 차별을 받고 있음에도 이를 방관하는 북구청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도 요구했다.

이들은 북구청에 ▷혐오와 차별에 고통받는 이슬람 유학생들에 대한 사과 ▷이슬람 유학생들에게 가해진 무차별적 혐오 차별에 대한 반대 선언 ▷한국 사회의 모든 혐오‧차별 반대를 주장했다.

이날 무아즈 라자크 경북대 무슬림 커뮤니티 대변인은 "대현동 주민들이 쏟아내는 혐오와 차별의 강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골목길을 걸어갈 때도 '테러리스트'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고 길거리에서도 공공연히 모욕을 주는데, 정신적인 고통이 심하다"며 "특히 어린 자녀들 앞에서 테러리스트, 살인마라고 손가락질 하고 혐오발언이 난무하는 현수막과 팸플릿을 나눠주는데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불안감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사가 일방적으로 중단된 뒤 6개월이 지났는데 이 기간 동안 극심한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아왔지만 아무데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들은 행정기관이 나서 혐오와 차별 반대를 천명하고, 이들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행정기관이 혐오와 차별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며 적극 중재를 요구한 것이다.

박충환 경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의장은 "자유, 평등, 인권은 전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인데 경북대 학생들이 이를 보장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되고 있다. 이슬람 유학생들을 테러리스트로 내모는 근거 없는 확증 편향과 편견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박래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전 세계의 20%가 무슬림인데, 이들이 모두 테러리스트는 아니지 않는가. 잘못된 정보에 의한 편견을 갖고 무슬림을 향한 일방적인 혐오는 사라져야 한다"며 "혐오와 차별을 막는 게 지자체의 역할인데 북구청의 일방적인 공사중지 명령은 주민 민원에 굴복해 혐오 세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인권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은 갈등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공사중지 행정명령을 내린 것일 뿐이며, 혐오와 차별을 조장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애초 건축허가 조건으로 민원 발생 시 이를 해소한 뒤에 공사를 계속 진행할 것을 내세웠다고 했다.

북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건축허가 당시 민원 발생이 우려돼 허가 조건을 붙였다. 주민과 건축주 간 불상사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공사중지 처분을 내린 것이며,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를 무시하는 것은 주민 입장에선 역차별로 여겨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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