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손가정 10대 형제, 키워준 친할머니 살해…막을 순 없었나?

지역사회 차원의 관리 허점…심리검사 형식적, 지원은 뒷전
동생, 정서행동 특이사항 없어…퇴학 뒤 보호기관과 연계 안돼
조손가정엔 기초생활수급비만…법원, 두 형제에 구속영장 발부

31일 자신들을 키워준 할머니를 살해한 10대 형제들이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허현정 기자
31일 자신들을 키워준 할머니를 살해한 10대 형제들이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허현정 기자

대구에서 10대 형제가 친할머니를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매일신문 8월 31일 자 1면)과 관련해 이들 형제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관리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 주관으로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전국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정서행동특성검사'를 실시된다. 검사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상담으로 이어지는데, 지난 4월 검사에서 범행을 저지른 형제 중 동생인 B(16) 군은 별다른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상담도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달 퇴학 처분된 B군은 재학 중 상담을 받았지만, 주로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 관련 내용이었다. 불우한 가정환경에 대한 심층 상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형 A(18) 군은 '정서행동장애'로 특수교육 대상에 선정돼 중학생 때부터 아동발달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아 왔다. 고교 진학 후 매년 8~10회 담임 교사와 심리상담을 진행했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퇴학이나 자퇴로 학교와 연결이 끊어진 '학교 밖 청소년'을 보호기관으로 연계하는데 강제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B군은 7월 중순 퇴학 후 한 달 만에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상담하는 데 그쳤다. 이후 지원센터 측과 연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 밖 청소년 연계 과정에서 해당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지원센터에 전달해야 하는데, 본인 동의를 얻지 못하면 개인정보 제공이 불가능하다.

지역 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관계자는 "청소년이 개인정보 공개를 거절할 경우 프로그램 참여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조손가정에 대한 지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조손가정 역시 기초생활 수급 관련 외에 정서행동장애 청소년을 위한 지원은 없었다.

이주한 대구 서구의원은 "조손가정 관리에 교육청이나 지자체의 매뉴얼이 없는 게 문제"라며 "저소득 아동 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조손가정 등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를 발굴해 특성에 맞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조손가정에서 10대 형제가 자신들을 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30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조손가정에서 10대 형제가 자신들을 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한편 허용구 대구지법 서부지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A군과 B군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도주 우려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고, 소년으로서 구속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대구지법 서부지원에 도착한 A군과 B군은 "할머니에게 할 말이 없느냐", "반성하느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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