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 김보람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펴냄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 김보람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펴냄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 김보람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펴냄

국내 공포문학의 현재를 보여주는 소설집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이 나왔다.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가 선정한 공포 단편소설, 'YAH! 공포문학 공모전' 수상작 등 10편의 공포 소설이 실렸다.

사람마다 공포를 느끼는 지점은 다를 것이다. 1980년대 '전설의 고향' 같은 분위기에서 "내 다리 내놓으라"며 귀신이 등장하지 않아도 된다. 혼자 사는 여성에겐 전자발찌를 차고도 성범죄에 거리낌이 없는 범인이 살아있는 악령이다.

10편의 소설들은 '이런 공포도 있구나' 싶은 공포 지점들을 하나씩 다룬다. 소설집의 첫 작품인 김보람 작가의 '점'은 곰팡이 귀신이 6평짜리 원룸에서 살다가 임대아파트로 이사 온 신혼부부, 특히 부인의 눈에만 보이며 공포감을 조율하는 작품이다. 극한의 공포는 부인의 눈에 귀신이 계속 보임에도 쉽게 이사를 마음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곳을 떠나면 다시 고통스러운 원룸 생활이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남편의 온 몸에 곰팡이처럼 검은 점이 생기고 번져도 끝내 이사하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이 부부에게 진정한 공포는 무엇이었을까.

배상현 작가의 '심해어'도 눈길을 잡는 작품이다. 지하철이 갑자기 멈추고 하루 동안 빛이 없는 공간에 승객들이 갇힌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오로지 소리에 의지해야만 한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은 가까이 있다. "칼에 누가 찔렸대"라는 카더라가 팩트로 둔갑하는 상황, 언제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심해어의 생(生)에 비유돼 전개된다.

대구지역 문예지 '영향력'에서 이름을 알렸던 이규락 작가는 작품 '아기황제'를 선보인다. '전설의 고향'의 판타지소설 버전이라 단순 소개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소설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몇 년 전 함경도 어느 산골마을로 추정되는 곳에 장가를 온 최계영이라는 인물이 겪은 '여성해방 피칠갑 살육 복수극'이다. 다이나믹한 전개가 압권이다.

이밖에도 최정원 작가의 '할머니 이야기', 차삼동 작가의 '검은 책'은 공포 소설의 핵심 요소인 대반전으로 독자의 머리카락을 한껏 세운다. 344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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