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대 고교생 형제의 충격적인 친할머니 살해 사건(매일신문 8월 31일 자 1면·9월 1일 자 8면)을 계기로 빈곤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 강화 목소리가 높다.
범죄로 이어진 가족 간 갈등의 원인으로 ▷낡은 주거환경 ▷열악한 가정형편 ▷정서 불안 장애 등이 지목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비극이 다시 없도록 빈곤 아동가구에 대한 강화된 공공 통합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준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아동청소년 발달 과정에 대해 우리 사회가 무관심했음을 보여준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고,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에 대한 공공 지원은 너무도 약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벌어진 비극은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자체가 통합사례관리 체계를 강화해 예방적 아동보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조손가정의 경우 나이 많은 조부모가 청소년기 아동을 돌보기 힘들기 때문에 적극 개입하진 않고는 이 같은 사각지대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빈곤가구에 대한 주거지원도 요구된다. 형제가 조부모와 함께 생활한 집은 건축면적이 29.2㎡(9평)에 불과할 정도로 낡고 좁았다. 방은 2개였고, 한 방에서 할머니와 손자들이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득환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주거의 역할과 기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이런 가정의 경우 서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했다.
조 연구위원은 "학교나 심리상담센터 상담가들이 공공 주거지원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아는 게 중요하다. 상담 중 주거 문제를 발견하면 지역 주거복지센터와 연결하는 등 아동 상담과 주거복지 지원 간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나 민간 치료기관에서 진행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정서행동특성검사는 아이들이 '문제없는 학생'으로 보이려고 거짓 답을 해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종한 영남대 대학원 심리학과 교수는 "내담자와 라포(상호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 상담가는 내담자들이 하는 말을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내릴 수도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서 교수는 "해당 청소년이 은연 중 보이는 가식성, 이중성, 허위성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어떤 문제행동으로 이어질지 등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담가가 청소년에 대해 판단·평가할 때 범죄나 법 심리 전공자들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마련해 발생 가능한 위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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