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최초의 타이틀과 조성진

최민우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최민우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음악회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출연진 프로필에 수석, 만점 졸업, 장학생, 콩쿠르 입상 등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해에 지역 4개 음악대학에서만 배출되는 전공생이 700여 명, 범위를 전국으로 넓힌다면 수천 명에 달할 것이다. 그중 대학원과 해외 유학, 콩쿠르 참가 등의 과정을 거치고 돌아온 이들만 무대에 오르니 화려한 이력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수많은 이력 중 '최초'라는 타이틀은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를 전달한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와 달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 변하지 않고 오래 남는 역사적 상징성을 갖게 된다.

2015년 10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7회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 소식을 전했다. 쇼팽 국제 콩쿠르는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와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린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네 개 부문을 다루는 차이콥스키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달리 쇼팽 콩쿠르는 피아노 부문만 다루기에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피아노 콩쿠르이다. 한국인으로는 2005년 제15회 대회에서 피아니스트 임동민, 임동혁 형제가 공동 3위에 오르며 첫 수상 소식을 전했고, 10년 뒤인 2015년 조성진이 우승하며 클래식 역사의 반열에 올랐다.

당시 콩쿠르와 관련된 여러 일화도 소개됐다. 쇼팽 콩쿠르 제7회 우승자이자 당시 심사위원을 맡은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조성진의 스케르초 2번 연주에 대해 호평을 남겼고, 제9회 우승자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조성진의 연주를 듣고 콩쿠르가 끝나기도 전에 정경화에게 조성진이 우승할 것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샤를 리샤르 아믈랭은 본인이 2위에 오르자 조성진이 1위 할 것을 예감하고 축하와 부러움의 눈길을 보낸 상황이 중계됐다.

조성진의 우승 소식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폴리니, 아르헤리치, 지메르만, 블레하츠 등 쇼팽 콩쿠르 우승자들이 월등한 기량으로 클래식 시장의 핵심 피아니스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조성진도 이를 증명하듯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과의 계약을 시작으로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클래식 시장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조성진은 올해 1월, 모차르트의 미발표곡 '알레그로 D장조'를 세계 최초로 연주하는 영예를 안았다. 1분 40초 정도의 피아노 춤곡으로 248년 만에 처음 연주된 것이다. 모차르트의 265번째 생일날 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연주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지금도 클래식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조성진. 빈틈없는 연주력으로 쇼팽 스페셜리스트, 젊은 거장이라 불린다. 우리나라 클래식 팬들은 그가 들려주는 소식에 환호하고, 그 영향으로 그의 리사이틀 티켓은 판매 시작 1분 이내에 매진되고 있다. 이에 보답하듯 조성진은 리사이틀마다 정규 프로그램에 버금가는 앙코르 연주로 팬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우리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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