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획] 달성문화재단 10년의 기록

100대의 피아노와 100명의 연주자가 오르는 무대. 가로 60m, 세로 15m에 달하는 초매머드급무대에서 매년 10월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 행사가 열린다. 달성군 제공
100대의 피아노와 100명의 연주자가 오르는 무대. 가로 60m, 세로 15m에 달하는 초매머드급무대에서 매년 10월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 행사가 열린다. 달성군 제공
지금까지 총 8회의 100대 피아노 콘서트에서 총 6번이나 총연출을 맡았던 풍류아티스트 임동창 씨가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달성군 제공
지금까지 총 8회의 100대 피아노 콘서트에서 총 6번이나 총연출을 맡았던 풍류아티스트 임동창 씨가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달성군 제공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 4회째 공연에서 세계 최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막스 부르흐의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 4회째 공연에서 세계 최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막스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하고 있다. 달성군 제공

〈1〉지역문화 브랜드 강화-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

재단법인 달성문화재단이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달성문화재단은 지난 2010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문오 군수가 '달성은 문화수도'라고 표방하고 나선 이후 그 이듬해 재단법인 형태로 태동한 지역문화의 산실이다.

그동안 달성문화재단은 지역의 문화적 가치가 있는 역사적 사실을 발굴해 콘텐츠로 녹여내는 뛰어난 역량으로 창립 4년 만에 '금복문화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특히 2016~2018년에는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 대표 공연예술제 공모사업에 3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매일신문은 '달성 문화재단 10년의 기록'을 통해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 대구현대미술제, 성악중창페스티벌, 비슬산 참꽃 문화제, 달성음악회 등 달성군만의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톡톡 튀는 문화적 잠재력을 되짚어 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역사와 자연이 낳은 '피아노 100대의 협연'

1900년 대구에서 활동한 미국인 선교사 리처드 헨리 사이드보텀이 아내 에피의 피아노를 낙동강 사문진나루터를 통해 들여왔다. 따라서 달성의 사문진은 대한민국 피아노의 '효시'이자 '고향'이 됐다. 나아가 달성군이 사문진의 피아노에 스토리를 콘텐츠화해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다.

달성문화재단이 펼치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프로그램 가운데 '100대 피아노 콘서트'는 달성군의 문화예술적 브랜드 가치를 전국에 알리는 대표적인 행사로 손꼽힌다. 특히 100대 피아노 콘서트는 문화적 가치를 간직한 달성군의 역사와 자연이 결합된 문화콘텐츠로 자리잡았다.

'피아노 100대의 협연'. 예술인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테마로서 감히 상상하지 못할 크고 무거운 스케일의 신선함을 통해 달성을 문화의 도시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다.

우선 100대의 피아노가 콘서트에 동원된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처음부터 피아노 100대가 무대에 올려진 것은 아니었다. 제1회 때인 2012년에는 99대로 시작됐다. 그 이듬해 달성군 개청 100년을 기념해 상징적으로 100대의 피아노를 무대에 올린 것이 시초가 됐다. 이때부터 '100대 피아노 콘서트'로 굳혀졌고, 매년 가을 연례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100명의 연주자, 2개월 동안 피나는 연습

말이 쉽지 피아노 10대도 아니고 100대가 동시에 화음을 맞추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100명의 피아노 연주자들은 집음기(集音機)를 통해 지휘자가 보내오는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실제 공연에서의 혼연일체를 위해 피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100명의 연주자들은 총연출자 임동창 씨가 행사 두 달 전부터 시작되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직접 뽑는다. 뽑힌 연주자들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기업체 직원, 주부 등 각양각색이다. 오디션 과정도 치열하다.

약간의 실수로 떨어진 학생은 그 자리에서 엉엉 울면서 재심을 요청해 보지만 어쩔 수 없다. 대신 합격한 연주자들은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100대 피아노 콘서트의 연주자라는 스펙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100대의 피아노와 100명의 연주자가 올라가야 하는 무대도 초매머드급이다. 무대의 가로 길이가 60m, 세로는 15m에 달한다. 통상 콘서트 공연장의 2, 3배 규모다. 무거운 하중을 고려해 철골 구조로 웅장하고, 튼튼하게 지어졌다.

공연에는 그랜드 피아노 5대와 일반 피아노 95대로 채워진다. 대부분 대구 대명동 양지로 등 악기골목에서 온 것이다. 이곳에서 영업을 하는 4~6곳의 피아노 점포에서 각각 20~25대 정도씩 나눠 공급하게 된다.

◆군의회 예산 삭감, 주민들 자발적 기금 조성

달성군의회가 2018년도 예산을 심의하면서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 등 문화예술행사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행사취소 위기를 맞기도 했다.

특히 100대 피아노 콘서트의 경우 전체 군비 4억원 가운데 1억원만 편성하는 바람에 이 예산으로는 대구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지원받는 국·시비 2억여원을 매칭할 수 없어 행사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지역 대표축제의 연속성을 깨뜨려선 안된다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모금운동을 통해서라도 행사를 이어가자는 여론이 팽배했다.

행사 개최 기금 마련을 주관한 달성문화재단이 약 두 달간 행사 예산 모금에 나선 결과 1, 2천원을 낸 초등학생부터 100만원 이상(30여명)을 보탠 지역 기업인 및 단체까지 총 9천558만원의 성금이 답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군민들의 움직임에 '100대 피아노라면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던 달성군의회는 결국 입장을 바꾸고 추경을 통해 100대 피아노 행사 예산을 편성, 가까스로 행사 취소의 위기를 피해 갈 수 있었다.

◆코로나19 여파, 2년 연속 행사취소 위기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제9회 100대 피아노 콘서트 행사가 취소됐다. 올해는 당초 비대면 방식이라도 연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감염현상이 숙지지 않고 확산돼 결국 취소를 결정했다. 2년 연속 열리지 못하게 되자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금까지 8회 공연이 진행되면서 연출자와 출연진들 모두가 국내외에서 내로라는 유명인들로 짜여졌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총연출의 경우 풍류아티스로 불리는 임동창 피아니스트가 모두 6번이나 맡아서 진행했다.

당시 지휘자 임 씨는 자신이 손수 작사·작곡한 '달성 아리랑'을 달성군에 선물했다. 8분의 6박자로 아주 경쾌한 굿거리장단과 휘모리장단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임 씨는 무대에서 "본인이 만든 달성 아리랑 노래 속에 달성군의 빛나는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군민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불렸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임 씨 이외에도 클래식 전도사 금난새, 피아니스트 박종훈 씨도 연출가로 나서 메가폰을 잡았다.

그동안 출연진들도 다양하게 초대됐다. 지난 2015년 4회째 공연에 세계 최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나와 화제를 모았다. 당시 정경화는 불멸의 협주곡 막스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조재혁 피아노 반주와 협연했다.

40여 분의 연주가 끝나자 환호와 앙코르가 터져 나오고 공연장은 완전히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였다. 정경화는 연주가 끝나고 생애 첫 대규모 야외 공연의 흥분을 "결코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연주회였다"며 환하게 웃었다.

또 뉴에이지(New Age) 음악의 세계적 아티스트 일본 출신의 유키 구라모토, 이루마, 신영옥, 김정아, 김동규, 홍지민, 오정해 등 200여 명에 달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들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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