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을’들의 싸움된 택배수수료 문제… 직고용, 월급제 쿠팡 방식이 대안

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 인근 도로에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를 추모하는 택배차량이 줄지어 정차돼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 인근 도로에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를 추모하는 택배차량이 줄지어 정차돼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택배대리점주 사건이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는 가운데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택배회사의 지입제 운영 방식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물량을 받아서 자기들 수익을 제외한 뒤 지점에 넘겨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갈등은 현장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라며 "배송기사를 직고용하는 쿠팡을 제외한 모든 택배사에 구조적 갈등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택배회사 운영방식에는 크게 직고용과 지입제가 있다. 직고용은 말 그대로 회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것이고, 지입제는 개인사업자로 일한다는 차이가 있다. CJ대한통운 등 대형 택배사를 비롯한 대부분 택배사는 배송업무를 위탁하는 지입제를 실시하고 있다. 택배사가 지역별 대리점에 물량을 위탁하고 대리점은 배송기사에게 재위탁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원청인 대기업은 빠지고 택배지점과 택배기사가 수익을 놓고 싸우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번 택배대리점주 사건 발생 후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회 측 모두 재계약 등을 앞세우며 본사가 책임을 대리점에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알고도 무리한 요구를 하며 '을의 횡포'을 부려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택배기사들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아래 택배대책위)가 정작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60시간 근로에 합의하면서 택배근로자들의 과로도 막지 못사고 오히려 택배 가격인상의 빌미만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는 2차 합의에서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등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택배 원가 상승요인을 개당 170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노조가 공개한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회 간 임시 합의안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택배요금 인상분 건당 170원 중 분류비용과 산재·고용보험료 부담으로는 65원만 배정했다. 분류인력의 모집관리도 원청이 아닌 대리점의 책임으로 규정됐다.

택배과로사위원회와 택배노조의 합의안이 대기업 택배사 배만 불려준 셈이다. 실제 CJ대한통운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2조74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한 906억원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택배사는 빠진 을과 을의 싸움은 자영업자 피해로도 이어졌다. 택배 가격 인상이 택배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사업자들에게 비용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판매업자는 "올해 들어 택배사들마다 택배비가 10% 안팍으로 인상돼 물류비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택배노조의 헛발질이 결국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문제를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 물류전문가는 "쿠팡과 같이 배송기사 직고용과 분류작업 전담 인력 운영을 통해 주5일 52시간 근무가 가능한 모델을 택배사에 요구했어야 한다"며 "대책없이 사회적 합의에 이른 택배대책위가 결국 대기업 배만 불리고, 노조와 갈등을 부추겨 결국 택배지점장의 비극을 불러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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