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국회가 모처럼 밥값을 했다. 근 1년간 갑론을박해 온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다. 이 법안은 글로벌 앱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구글·애플 등이 유료 앱 개발자나 게임회사 등 콘텐츠 사업자에게 내부 결제시스템을 통해 앱 마켓 수수료를 강제로 물리는 '인앱결제'를 법으로 금지하는 내용이다. 흔히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한국이 세계 최초다.
인앱결제는 당초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의무 적용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여의도발 '입법 역풍'을 맞으면서 다음 달부터 모든 인앱결제가 금지된다. 플랫폼 기업이 깔아 놓은 멍석(앱)에 사람과 상품, 서비스가 몰려 시장이 커지자 본전(투자 비용)을 찾겠다며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시장 지배적 지위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국회는 판단했다. 이런 '플랫폼의 갑질'에 한국이 선제적으로 쐐기를 박은 것이다. 한국의 사례는 비슷한 법안을 검토 중인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소식이 외신 전파를 타자 수수료 문제로 앱 스토어에서 퇴출돼 애플과 반독점법 소송을 벌이고 있는 미국 에픽게임즈의 최고경영자 팀 스위니는 트위터에 "나는 한국인이다!"라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1963년 서베를린을 방문한 케네디 대통령의 "나는 베를리너다" 연설에 빗대 전 세계 개발자를 향해 디지털 상거래의 자유와 개발자의 긍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얼마 전 국내에서도 벌어졌다. '카카오택시' 사건이다. 모빌리티 시장 점유율 80%의 카카오택시가 호출 피크 시간대 탄력 요금을 최대 5천 원으로 인상하려다 각계 비난이 쏟아지자 2천 원으로 수정했다. 인앱결제나 카카오택시 사례처럼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갑질에는 국경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인앱결제 수수료가 고작 몇 푼 남짓 우수리도 아니고 마치 옛날 세곡(稅穀)처럼 '을'의 등골을 뺀다면 분명 욕먹을 일이다. 비싼 멍석 깔았다고 자릿값 내지 않으면 발도 들여놓지 말라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함께 쓰는 멍석이 더욱 값지고 격도 올라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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