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10味 이야기] 연탄·석쇠·맥반석 따라 '맛 변화'…조개구이

영일대해수욕장 30년 전통…젊은층 겨냥 치즈·매운소스
조개 육수 사리 끓여 마무리
연탄부터 숯, 맥반석까지 굽는 방법따라 골라 먹는 재미도

영일대해수욕장 조개구이 모듬 한상. 접시 위 가득한 키조개며 가리비 등이 없던 입맛도 끌어 당긴다. 신동우 기자
영일대해수욕장 조개구이 모듬 한상. 접시 위 가득한 키조개며 가리비 등이 없던 입맛도 끌어 당긴다. 신동우 기자

온갖 바다의 재료가 모인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조개구이를 양껏 먹고 바로 앞 바닷가를 걸어보면 사계절 바다의 향취가 눈·코·입 전신을 통해 들어온다.

이처럼 낭만 있고, 분위기 있는 장소와 음식이니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어주는' 허튼 수작 한 번도 어쩌면 용서가 되지 않을까.

◆사계절 즐기는 맛과 낭만

보통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은 부산의 광안리해수욕장과 많이 비교된다. 너른 백사장은 물론이요, 바다와 맞닿은 오밀조밀한 상권이 똑 닮아 있다.

영일대해수욕장은 약 1km의 긴 해변을 끼고 주점이며 식당이 빽빽히 들어차 있다. 물론 호텔 등 숙박업소 또한 경치와 시설 면에서 포항지역 최고를 자랑한다.

그렇기에 여름이야 당연히 해수욕이 좋고,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기기에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만한 곳이 드물다.

넓은 상권을 거닐다 보면 입구부터 조개구잇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30여 년 전부터 조개구잇집이 한두 군데 들어서더니 지금은 20여 개에 달하는 가게가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했다.

조개는 사실 동해안에서 그리 흔한 식재료가 아니었지만 요즘은 양식과 어업 기술이 워낙 발달하면서 동해안 현지에서 올라오는 조개도 상당하다.

여기에 독도 새우며 대게 등 경북 동해안 전통의 강자들이 영일대해수욕장 상권에 잔뜩 포진해 있으니 맛의 경쟁력으로는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한계령조개구이 본점'의 이명희(59) 사장이 조개구이 모듬한상을 들어보이며 푸짐한 양을 자랑하고 있다. 영일대해수욕장 조개구이 골목에서도 거의 최초로 들어선 노포이며, 자갈이 가득 깔려 있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신동우 기자
'한계령조개구이 본점'의 이명희(59) 사장이 조개구이 모듬한상을 들어보이며 푸짐한 양을 자랑하고 있다. 영일대해수욕장 조개구이 골목에서도 거의 최초로 들어선 노포이며, 자갈이 가득 깔려 있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신동우 기자

◆골라 먹는 조개구이 조리법

조개구이는 보통 석쇠에 껍질째로 올려 익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쪽파와 양파·마늘 등을 올려 향을 더하고, 요즘은 젊은 입맛을 고려해 치즈나 매운 소스를 올리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싱싱한 조개 맛에 집중하는 음식이니 큰 변화구가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도 맛을 향한 경쟁은 단순한 조개구이에서 가게마다 특징을 내세우게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무엇에 굽느냐'라는 차별성이다.

30여 년 전 처음 조개구잇집이 들어설 때는 거의가 연탄불이었다. 연탄의 벌건 불꽃 속에서 익어가는 조갯살은 그 자체로 낭만적이다.

여기에 휴대용 가스버너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삼겹살처럼 석쇠 대신 불판에 굽는 방식도 생겨났다. 포항 죽도시장 주변에서 간혹 보이는 볶음류의 조개구잇집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직화구이를 벗어나 다양한 맛의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요즘은 맥반석처럼 아예 굽는 불판을 고급화하는 전략도 통한다. 최근에는 조개구이 무한리필 집도 생겼으니 가격 면에서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

영일대해수욕장의 '한계령조개구이 본점'에서 식사 마무리로 제공되는 옛날도시락통 조개전골. 시원한 국물에 저절로 해장이 되는 느낌이다. 신동우 기자
영일대해수욕장의 '한계령조개구이 본점'에서 식사 마무리로 제공되는 옛날도시락통 조개전골. 시원한 국물에 저절로 해장이 되는 느낌이다. 신동우 기자

◆어떻게 먹을까

여러 가게가 있지만, 구성은 크게 차이가 없다. 모둠구이를 시키면 비주얼을 담당하는 키조개를 중심으로 가리비와 대합 등 제철에 맞는 재료가 나온다.

다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같은 조개라도 웅피(북방대합조개·곰의 피부처럼 껍질이 거칠다 해서 웅피라고 한다)처럼 비싼 것은 한 접시에 1~2개 정도로 양이 적다. 남이 집어먹기 전에 먼저 공략하자. 대합이랑 생김새가 비슷한데 껍질 속이 보라색은 대합, 흰색은 웅피조개다.

구이를 다 먹고 나면 조개 육수에 수제비며 가락국수 사리를 넣은 국물을 주는 것이 영일대해수욕장 조개구잇집의 특징이다. 든든한 한 끼로 그만이지만, 속 시원한 국물이 지금껏 마셔온 술기운을 금세 앗아간다. 소주 안주로 이만한 마무리도 없으니 과음하지 않도록 주의해봐야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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