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언론재갈법’ 비판 유엔 서한 은폐한 민주당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안의 수정을 촉구한 서한을 정부·여당이 야당에 공개하지 않고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재갈법'이란 지탄을 받는 언론중재법이 악법임을 민주당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그게 아니라면 서한을 즉시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따르면 칸 특별보고관의 서한은 지난달 27일 정부에 송부됐다. 여기서 칸 특별보고관은 '8월 30일 국회 본희의 표결 전 이 같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걱정을 국회의원들에게 공유해 주기를 촉구한다'는 요청까지 했다.

이후 외교부는 이 서한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지난달 30일 오후 4시쯤 전달했다고 하는데 야당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는 이 서한을 공유하지 않았고, 야당의 공개 요구에도 비공개라며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다"며 "대체 정부와 여당은 무엇이 두려워 서한을 숨긴 것이냐"고 비판했다.

칸 특별보고관의 서한은 한국 정부에 송부된 뒤 이달 1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서한은 일반적으로 발송 60일 후 공개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5일 만에 공개됐다. 이는 그만큼 OHCHR이 문재인 정권의 '언론재갈법' 입법 시도를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칸 특별보고관은 서한에서 "언론중재법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인권규약에 위배된다는 의혹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알려 달라"고 했다. '의혹'이라는 유보적 표현을 사용했지만 언론중재법이 세계인권선언과 자유인권규약 위반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언론중재법을 국제인권법에 맞게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선진국 중 이런 비판과 권고를 받은 예는 들어보지 못했다. 국제적 망신이다.

'민주화 세력'임을 자부하는 문 정권은 칸 특별보고관의 이런 비판이 뼈아팠을 것이다. 야당 의원들에게 감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유엔 측이 전례대로 60일 후에 공개했다면 야당은 아직도 서한의 내용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도 이렇게 정보를 통제하려 하는데 언론중재법을 만들면 어떻게 할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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