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좀스럽고 민망한 민주당

의원직, 대선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친의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과 여기에 자신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원직, 대선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친의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과 여기에 자신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을 계속 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금배지를 다는 순간 일반 국민들은 상상도 못 할 권한과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아니면 말고' 식의 어떤 발언을 해도 책임질 일이 없다. 설령 허위 사실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재벌 총수나 기관장 등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을 국회로 불러 망신을 줄 수도 있다. 법을 어겨 구속돼 있어도 최종 판결 전까지 세비를 꼬박꼬박 챙긴다. 의원마다 9명의 보좌 직원을 거느린다. 의원실 운영자금만 한 해 4억9천만 원이다. 여기에 국회의원 연봉은 1억5천만 원을 넘는다. 각종 수당, 특별활동비 등을 합하면 1인당 연간 가져가는 돈이 2억3천만 원에 달한다. 정치후원금은 별도다. 지난해 국회의원 1인당 평균 모금액은 1억7천900여만 원이었다. 그렇다고 '금배지의 맛'은 돈으로는 환산 불가다.

이러니 헌정 사상 자진 사퇴한 의원을 찾기 어렵다.(성폭행 혐의를 받고 국회에서 제명 위기에 놓이자 자진 사퇴를 택한 의원은 있다) 비리 연루 의원일수록 국회는 발뺌하고,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기소돼도 방패막이로 삼을 수 있는 비빌 언덕이 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동산 관련 '업무상 비밀 이용'뿐만 아니라 '특혜 대출' 의혹까지 수사 의뢰한 국회의원 김의겸은 '사퇴 쇼'도 하지 않았다. 이상직·최강욱은 유죄판결을 받고도 버젓이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윤미향은 위안부 할머니를 상대로 사기를 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여전히 금배지를 과시한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된 황운하도 의원직을 보란 듯 지키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권익위로부터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12명 민주당 의원 전원이 의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러니 국민권익위의 '의혹 제기'만으로 '국민 앞에 책임을 다하겠다'며 의원직을 버린 윤희숙이 던진 충격은 컸다. 범여권이 나서 '사퇴 쇼'라며 독설을 퍼부었지만 아쉽게도 이는 '쇼'일 수가 없다. 윤 의원이 사퇴서를 정식 제출하면서 칼자루는 민주당이 쥐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퇴서 처리는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면 족하다. 민주당은 국회 300석 중 171석을 차지한다. 그래서 공수처법이건, 부동산 3법이건 지금까지 마음껏 칼자루를 휘두를 수 있었다. 윤희숙이 의원직을 유지하고 안 하고는 오롯이 민주당 손에 달렸다. 이를 어찌 쇼라 할 것인가.

그런 민주당이 사퇴서 처리를 미적거리며 '쇼를 한다'고 독설만 퍼붓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직안을 통과시키면 윤희숙의 '의원직 사퇴'는 쇼가 아닌 현실이 된다. 그토록 쇼라고 몰아붙였는데 그것이 쇼가 아니었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에는 그보다 더한 의원들이 '쇼'조차 한 번 안 하고 버티고 있으니 내로남불 소리를 듣기에 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현직 대통령으로 농업경영인이라며 농지를 구입한 뒤 대지로 용도 변경해 저택을 짓기도 했다. 야당이 농지법 위반 문제를 제기하자 "그 정도 하시라.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윤 의원은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만으로 금배지를 던졌다. 누가 도덕적 법적 우위에 있는가. '좀스럽고 민망하다'는 소리는 윤 의원의 사퇴 표명을 쇼라고 몰아붙이고 사퇴서 처리도 주저하는 민주당이 들어 마땅한 일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