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도 차기 대선주자도 ‘자기 사람 챙기기’ 바쁜 나라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 편 챙기기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 지사 임기 중에 이루어진 경기도 공공기관 임원급 채용 과정에 상당수가 '세부 자격 요건'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은 임원급 인사를 채용할 때 '포괄적 자격 요건'과 '구체적 자격 요건'을 함께 제시한다. 포괄적 자격 요건에서는 관리 능력과 비전 등을 묻고, 구체적 자격 요건에서는 해당 분야 관련 근무 경력, 직위나 직책 등을 묻는다. 하지만 이 지사 임기 중 임원급 인사 채용 공고를 낸 공공기관 중 60%가량이 세부 자격을 요구하지 않았다. 세부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 비율이 10~20% 정도인 다른 지자체와 차이가 큰 것이다.

'구체적 자격 요건'을 두지 않은 것과 관련, 경기도는 '열린 채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석열 캠프는 "본인의 정치 활동과 선거에 도움을 준 인사들에 대해 채용의 문을 어찌 그리 활짝 열어놓았는지 답하라"고 비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공기업 낙하산·보은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거짓말이었다.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몇 달 전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이 됐다. 김우남 전 민주당 국회의원은 한국마사회장,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됐다. 최근에는 한국성장금융이 황현선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투자 담당 임원(투자운용 2본부장)으로 내정했다. 펀드 운용 전문성이라고는 없는 인물이 20조 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펀드'를 운용하는 일을 맡게 되는 것이다.

금융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문 정권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새로 선임되거나 연임된 금융계 임원 138명 중 32%가 친(親)정권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채워졌다. 금융 공기업은 47%, 은행권은 19%에 달한다. 현직 대통령도 자기 사람 챙기기 바쁘고,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사람도 자기 사람 챙기기 바쁘다. 이런 사람들을 국민들이 지지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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