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윤석열 고발 사주’ 기정사실화, 野 대선주자들의 내부 총질

국민의 힘 유력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형사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다른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윤 전 총장을 일제히 공격하고 나섰다. 마치 이런 의혹이 터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거칫 언사를 마구 쏟아낸다. 그 공통점은 '의혹'의 기정사실화다. 모두 '의혹이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뒤에 따라오는 말을 보면 그것은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레토릭'에 불과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사실이라면 헌법 유린 범죄"라며 "사퇴할 것인가"라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곧 드러날 일" 운운하며 대국민 사과와 진실 고백을 요구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고발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다면"이라는 가정 어법으로 윤 전 총장을 공격했다. 고발을 지시·묵인했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고 윤 전 총장이 몰랐어도 지휘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무슨 내부 총질인가. 여당은 그럴 수 있다. 이미 그렇게 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윤 전 총장의 보복 수사와 검찰권 사유화"라고 하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중대한 헌법 파괴,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했다. 그런 단정을 뒷받침하는 '팩트'는 아직 하나도 없다.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기자도 '사실'이 아니라 그런 '정황이 있다'고 했다. 대검의 진상 조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의혹'이라고 주장하는 측의 '의혹 제기'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당 대선주자들이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같은 당 유력 대선주자를 공격한다. 물론 치열한 경쟁을 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거친 공격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래도 되는 것이 있고 그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같은 당 소속이라면 최소한 '사실' 규명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간에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떨어뜨려 그 반사이익을 챙기겠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의심 자체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런 의심이 누적될수록 정권교체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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