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10味 이야기] 낚시바리 생선만 고집 '입 호강…등푸른막회

영일대북부시장이 원조격…몸에 상처 없어 식감 최고
전어·오징어 등 조합 다양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대북부시장 등푸른막회거리 대신횟집의 등푸른막회. 김대호 기자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대북부시장 등푸른막회거리 대신횟집의 등푸른막회. 김대호 기자

이름이 '막회'라고 얏보지마시라. 그렇다면 막회 맛을 몰랐다는 이야기다.
막회는 어부의 맛이고 엄마의 맛이다. 막회는 그냥 부엌칼로 '썰어 내는 것'이고 횟집의 회는 다양한 전용 '횟칼로 뜨는 것'이 라고 혹자는 비유를 하기도 한다. 차림이 소박할 뿐, 맛은 프리미엄급이다.

◆낚시바리냐 그물바리냐

영일만을 비롯한 동해안 일대는 한류성 등푸른생선이 많이 난다. 죽도시장이 생기기 전인 지난 1955년 포항지역 최초으로 상설시장으로 들어선 포항시 북구 대신동 포항영일대북부시장(옛 북부시장)은 등푸른막회의 원조 격이다.

하지만 여기에다 등푸른막회 또다른 맛의 비밀이 있다. 등푸른막회 가게들은 주로 '낚시바리'(줄 낚시로 잡음) 생선을 고집한다. 때문에 위판 1~2시간 내로 식객들의 입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을 아는 현지인들은 정말 찐(眞) 미식가이다.

이른바 '그물바리'에 비해 생선의 몸에 상처가 거의 없어 막회를 하든 물회를 하든 당연히 식감과 신선도에 있어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등푸른 생선의 경우 대게 신선하거나 깔끔하지 않으면 비리다. 이미 재료의 차이에서 맛이 결정된다.

강원도의 별미 명태요리에 있어서도 잡는 방법에 따라 낚시로 잡은 '낚시태' 그물로 잡은 '그물태' 또는 '망태'가 갈린다. 산지에서도 낚시태의 가격이 그물태 보다 훨씬 비싸다.

영일대북부시장 등푸른막회거리 한 좌판 상인이 막회를 썰고 있다. 김대호 기자
영일대북부시장 등푸른막회거리 한 좌판 상인이 막회를 썰고 있다. 김대호 기자

◆1만원대 프리미엄 무침회

막회를 맛보기 위해 영일대북부시장 등푸른막회 거리 대신횟집을 찾았다.

가게 주인이 제철 전어에 오징어를 섞었다고 한다. 여기에 양파와 쪽파 더하고 깨를 살짝 얹었다. 무를 빼고 요즘 비싼 오징어를 넣은 것은 식감을 고려해서라고 했다.

여기에 초고추장을 빙빙 두르고 살짝 살짝 섞어 밥과 매운탕과 함께 들었다. 매운탕은 상 위에서 휴대용 버너에 졸이는 것이 아니라 데워 온 것이지만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그때그때 등푸른막회의 다양한 횟감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도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1인분 1만원 내외에 이런 '입 호강'이 가능한 곳이다.

이곳 좌판과 식당 등 수십여곳은 대분분 단골장사가 주다. 이곳 시장은 막회를 썰어 팔던 반 평 남짓한 난전들이 성업했는데, 지금도 30~40년 막회를 썰어 팔던 아주머니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등푸른막회 거리는 이미 대박이다. 이성관 영일대북부시장 번영회장은 "올해 5월 어버이날을 전후해 막회가 어마어마하게 팔렸다. 어떻게 알 수 있냐? 등푸른막회거리의 생선 머리와 내장 등 부산물이 평소 하루에 200~300kg 정도 나오는데 그날 1천200kg 정도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대신동 영일대북부시장의 등푸른막회거리 정문. 안쪽으로 막회 좌판과 식당들이 몰려 있다. 김대호 기자
경북 포항시 북구 대신동 영일대북부시장의 등푸른막회거리 정문. 안쪽으로 막회 좌판과 식당들이 몰려 있다. 김대호 기자

◆등푸른막회 거리에 QSS

포항 첫 상설시장으로 잘 나가던 영일대북부시장, 하지만 인근 포항시청이 지난 2007년 남구로 옮겨 간 후 시장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정도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처럼 수렁으로 꺼져 가던 영일대북부시장을 등푸른막회거리가 살렸다. 지난 2017년 포항시와 상인들이 마음을 모아 등푸른막회를 포항음식으로 키우기로 했고 특화거리로도 지정됐다.

포스코가 QSS(Quick Six Sigma) 혁신활동을 도왔다. 친절과 청결에다 상인들 간 화합 등을 몸에 익히고 건강을 위해 아침을 함께 체조도 함께 한다.

주차문제도 포항시의 도움으로 해결됐다. 등푸른막회 거리 앞 대형요양병원 주차장을 손님들이 무료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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