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리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야나체크·라벨·쇼팽 곡 연주

무결점 연주 선보여

온 신경을 집중해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수성아트피아 제공
온 신경을 집중해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수성아트피아 제공

5일 오후 5시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어렵사리(발매 35초 만에 매진) 티켓을 구한 관객들은 조성진이 무대에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한 조성진은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건반에 손을 얹었다. 첫 곡은 체코 작곡가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 '1905년 10월 1일'. '예감', '죽음' 등 두 악장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1905년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항해 일어난 체코의 민중 봉기 희생자들을 기리는 곡이다. 조성진은 곡의 성격에 맞게 특유의 진중하면서도 집중력 있는 연주를 보여줬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

이어진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에서는 조성진의 진면목이 여실히 드러났다. 1곡(물의 요정)에서 물의 움직임을 건반으로 표현하는 것도 어렵지만 특히 3곡(스카르보)은 가장 어려운 테크닉으로 꼽힌다. 빠르게 느리게, 강하게 섬세하게, 때로는 한 손으로, 때론 다른 손 위를 넘나드는 그의 손가락은 자유롭고도 역동적이었다. 관객들은 숨죽이며 그의 무결점 마법에 흠뻑 빠져들었다. 두 번째 곡을 끝냈을 때 객석 온도는 바뀌었다. '와~'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

마지막 곡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쇼팽의 '스케르초'(4곡)로 병약하고 가냘팠던 쇼팽의 거대한 에너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조성진은 이 중 가장 유명한 2번을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의 3라운드에서 연주했다. 조성진도 한 인터뷰에서 "스케르초 2번은 2006년 지휘자 정명훈 선생님 앞에서 연주해 정 선생님과 인연이 만들어졌고, 은사 신수정 선생님과의 인연도 이 곡과 함께였다. 그래서 스케르초 2번은 내게 특별하다"고 말했다.

연주가 끝났지만 관객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관객들의 요청에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조성진은 슈만의 숲의 정경 중 '고독한 꽃'과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등 2곡을 더 들려줬다.

한 관객이 홀을 나가며 말했다. "잘생긴 조성진 얼굴 보는 것도 행복하지만 무결점 테크닉의 그의 연주를 대하는 것은 힐링 그 자체"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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