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금액이나 부상 정도가 뭔 의미가 있습니까. 80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이 사라졌는데…."
지난 4일 오전 3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경북 영덕시장(영덕군 영덕읍).
사고 발생 사흘째가 지난 6일 매캐한 냄새가 가득한 시장 한켠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상인들이 이른 점심을 먹고 있었다.
적십자사와 한수원이 마련한 재난구호 급식소이다. 약 30명 정도가 모인 자리였건만 수저를 뜨는 소리 외에는 특별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누가 이야기를 꺼내든 몇마디 이어지지 못하고 금새 뚝뚝 끊긴다. 테이블 주변에는 남자 상인 몇이 모여 줄담배를 피워댔다.
화재 당시 원망과 걱정으로 들어 찾던 상인들의 마음에는 허탈감이 대신 자리를 차지한 모습이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 A(81)씨는 "통장하고 외상 장부가 몽땅 타버려서 오늘 통장부터 새로 발급받았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가득 받아논 물건이며 현금다발이 잿가루도 안남았다"면서 "불이 왜 났는지, 왜 빨리 꺼지지 못했는지 화도 났는데 지금와서는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장 안에는 폴리스라인과 화재 상황을 알리는 현수막 주변으로 화재 진압 때 흘러내린 물에 시꺼먼 골이 생겼다. 어디를 가더라도 목을 턱 막히게 하는 고약한 냄새가 들러 붙는다.
영덕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79개 점포가 모두 불길에 휩싸였다.
한 수산업소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최초 목격된지 30분도 안돼 시장 전체로 번졌다.
스프링쿨러 350개가 작동하고 상인들이 소화전으로 초기 진화에 나섰지만 조립식 패널과 스티로폼 등을 타고 급속도로 퍼진 불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덕시장 통로를 따라 39개의 소화분수설비가 설치돼 있었으나, 살수차로 직접 물을 주입해 쓰는 수동 방식이라 긴급했던 상황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물탱크 방식의 소화전도 20여분 정도 물을 뿜어내고는 양수펌프의 연료가 떨어져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영덕소방서 관계자는 "폼 형식의 단열재와 스티로폼 박스 등 인화성 물질이 너무 많아 확산 속도가 더욱 커진 것 같다. 천장을 통해 불이 번진 속도가 거의 동시다발적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영덕군은 폐교한 옛 야성초등학교 부지에 컨테이너 50동을 설치해 오는 14일까지 임시시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상인들이 최소한의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또한, 행정안전부에 시장철거 및 폐기물 처리비 등 재난안전특별교부세 20억원·경북도에 임시시장 개설비용 등 예비비 5억 원을 요구했다.

아울러 피해 상인들에게는 ▷3천만원 무이자 무담보 지원 ▷기준중위소득 75%이하(소득인정액 1인 137만1천원)·재산기준 1억100만원 이하 가구에게 생계비 및 주거비 지원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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