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경북도의회 의원님들 부끄럽지 않나요?

박병우 대경일자리위원장(전 검단산업단지 이사장)

박병우 검단산업단지 명예 이사장
박병우 검단산업단지 명예 이사장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워왔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지방 의회의 정치 논리에 의한 말 바꾸기로 훼손되고 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립 과정에서의 경북도의회 이야기이다.

2007년 11월 K-2 이전 주민비상대책위원회 발족으로 시작돼 10여 년 넘게 지역 갈등을 유발했던 통합신공항 건설이 도민 투표를 통해 군위 소보면과 의성 비안면으로 확정됐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군위군을 대구시로 편입하겠다는 인센티브도 제안했다.

이때 도의회 의원 53명이 기명식 투표를 통해 찬성을 표했고 해당 지자체들은 통합신공항 건설 및 공항 연계 발전, 그리고 후적지 개발 청사진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도의회는 지난 2일 제325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어 해당 상임위로부터 올라온 '경북도 관할구역 변경에 대한 의견 제시의 건'을 상정하고 각각 찬성안과 반대안의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찬성도 반대도 아닌 '의견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고 이에 관한 결정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한다.

이 같은 결정은 "이 사업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어 사업을 시작하려면 좀 힘들 것 같습니다"와 다름이 없다. 중앙정부의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지역 주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사업만 추진한다 해도 자금이 모자랄 판에 논란이 되는 사업을 굳이 진행해 주려 하겠는가.

경상권 관문 공항으로 건설하려는 가덕도공항 쪽으로 더욱 무게가 실릴 것은 자명하다. 먼저 가덕도공항 건설이 추진된다면 도로와 철도 등 관련 인프라 사업까지 후순위로 밀리게 될 것이고, 이는 통합신공항 건설사업 자체가 표류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K-2 군공항 이전과 통합신공항 건설은 정치를 위한 선심성 공약사업이 아니다. 대구의 동·북구 주민들에게 숨통을 틔워 주고 경북의 인구 소멸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시·도민의 생존에 관한 문제다.

이러한 중차대한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에 지역민의 뜻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중앙정부에서 결정해 주길 바란다면 지방 의회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중앙정부에서 하지 못하는 지역의 대소사를 챙기라고 지역 민주주의를 실행한 것이 아닌가.

100년 이상 갈 지역 발전의 최대 사업인 통합신공항 건립을 놓고 자신의 자리 보전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면서 비겁하게 무기명 투표 뒤에 숨어 말 바꾸기를 시전하는 지방 의회가 진정 주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맞는 것인가.

이제 남은 것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정치적 역량을 동원해 결정지어야 한다. 통합신공항을 새로이 유치하는 심정으로 반드시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완료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항과 주변 개발을 위한 사업의 주체가 둘로 나뉘어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을 방지해 단일화된 의사결정 창구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발전을 위해 새로 건설된 공항의 소음에 노출되는 불편을 감내해 주기로 한 주민들에게 작으나마 위로가 될 것이다.

행정안전부도 입장을 명확히 밝혀준다면 더 이상의 혼란은 없을 것이다.

최근 수도권 비대화로 우리 지역의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 시·도민이 하나가 되어 모처럼의 호기를 잘 잡아 기업하기 좋고 젊은이들이 머물고 싶어 하며, 다시 돌아오고픈 도시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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