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위드(WITH) 코로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어느덧 9월이 되어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거의 매일 비가 오는 가을 장마와 고강도 방역 조치에도 불구하고 4차 대유행은 더 거세지고 있다.

요즘 시민들 대부분이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우울할 것 같다. 필자도 학회와 같은 공적 활동이나 지인들과의 사적 모임이 거의 모두 취소되고 병원과 집만으로 활동 반경이 한정돼 있다. 그나마 생활의 활력소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2021~22시즌 홈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손흥민 선수의 멋진 골이나,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류현진 선수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TV 중계 화면을 보면서 지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은 영국과 미국의 주요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수만 명의 관중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거리두기도 하지 않는 상태로 본인들이 좋아하는 구단이나 선수를 목청이 터지도록 응원하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스포츠 경기가 소수의 관중과 그나마 모두 마스크를 쓰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조용히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과는 너무나 대비된다.

사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코로나19 상황은 백신 접종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높다고 하지만 그렇게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정부들은 아직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왜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

아마도 일률적인 정부 통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그동안 힘들게 이룬 자유민주주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믿고 규제를 푼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국과 미국은 코로나 박멸을 기다리는 대신 코로나 속 일상으로의 복귀를 택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감염병이 덮친 이후 국민들의 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마스크 없이 나들이하기, 종교시설에서 종교생활 하기, 학교에서 대면 수업하기, 예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축하와 위로를 전하기, 커피숍에서 차 마시며 수다떨기 등 예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자유를 잃어버렸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 제한에 있어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대고 있다. 적법한 절차와 국민의 대표자 모인인 국회가 정한 법률에 근거해서만 제한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는 다양한 행정명령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했다. 이 모든 조치들은 '감염병의 예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이뤄졌다. 즉 정부의 여러 조치들이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감염병예방법이란 법률에 기대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걸 거리낌 없이 생각해도 괜찮은 것일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정부가 취한 여러 행정명령은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필자도 거리제한 조치 등 방역조치가 코로나 19 퇴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국민의 기본권을 바라보는 관점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최상의 가치로 둔 가운데 불가피하게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과 위기 극복의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향후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쉽게 생각하는 풍토를 막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깨어있는 통찰력에 달려있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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