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강적들(톰 니콜스 글 / 정혜윤 옮김 / (주)오르마 / 2017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을 가끔 본다. '백신 부작용' 글이 인터넷과 소통망(SNS)을 타고 곳곳에 끼친 영향이 만만찮다. 전문가 의견도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확립된 지식이 아닌 경우가 부지기수다. 인과관계에 전혀 맞지 않는, 밑도 끝도 없는 말도 떠돈다.
'전문가와 강적들'은 미국 사회에서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에 대화가 단절된 상황을 중심에 놓고, 전문 지식이 점점 소멸하는 현실을 다룬 책이다. 가짜 전문가가 판치는 문제를 진단하고, 전문가 의견을 불신하는 대중의 심리 저변에 깔린 오만함과 확증편향, 사회에 잠재하는 속설·미신·음모론을 설명한다. 아울러 시민 혹은 전문가인 사회 구성원이 이런 상황을 극복할 방안을 모색한다.
책은 말한다. 민주주의 공동체에서 대화는 필수다. 특히 공공 분야에서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시민 사이에 소통이 필요한데, 문제는 독선·분노·나르시시즘으로 무장한 대중이다. 이들은 전문가에게 반감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때로는 확립된 지식을 공격한다. 그 결과 둘 사이에 소통이 단절되고, 수준 낮은 정보가 사회에 만연하게 된다.
확립된 지식을 공격하는 일은 미국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대중이 지식에 접근하는 기회가 많을수록 전문 지식을 배우기보다는 오히려 여기에 저항한다. 심지어 잘못된 지식을 대놓고 우기고, 누구나 똑같은 수준으로 똑똑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여기고 있다. 책이 말하는 '위험한 시대'다.
그렇다면 누가 전문가인가? 그리고 이들 의견은 틀리지 않는가? 해당 분야에서 공식 훈련이나 교육을 수료해서 학위나 증명서를 받은 후, 재능을 발휘하면서 그 분야에 필요한 경험을 쌓고, 동료들 인정을 받으면 전문가다. 저자가 정의하는 전문가는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학위만으로는 그 반열에 오르지 못한다. 물론 동료 혹은 학계가 인정하는 전문가도 가끔 실수한다. 탈리도마이드 사건, 베트남 전쟁, 챌린저호 폭발 등이 그 사례다. 그러나 "한 차례씩 발생하는 끔찍한 실패 뒤에는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셀 수 없이 많은 성공이 있었다"고 저자는 항변한다.
'전문가와 강적들'은 지식 수준이 낮으면서도 배움을 거부하는 미국인, 무지를 긍정하는 대학 산업, 오락 위주로 흘러가는 미디어를 비판한 책이다. 분명 미국 문화 현실을 드러냈지만, 책이 비판하는 현실이 바다 건너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자기 삶에 영향을 주는 일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전문 지식을 외면하는 사례를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자주 본다.
복잡한 헛소리나 근거 없이 흥미 위주로 하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톰 니콜스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자. "검색 엔진과 함께 아침나절을 보냈다는 이유로 10년은 걸려야 쌓을 수 있는 지식을 습득했다고 믿는 사람을 계몽시킬 방법은 별로 없다." 정보(?) 과잉 시대, 지식 오만함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독자에게 '전문가와 강적들'을 권한다.
김준현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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