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치원 주고 어린이집 왜 안 줘?…道 '학생 1인 30만원 지원' 제외 반발

학부모·원장 지원금 차별 불만…경북도교육청 "해당 시설 복지부 소관"
임종식 교육감 "지원해줄 법적인 근거 없어…유감"

지난 2일 경북도의회 의장실에서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 조현일 교육위원회 위원장, 최병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해
지난 2일 경북도의회 의장실에서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 조현일 교육위원회 위원장, 최병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해 '온학교 교육회복학습지원비'로 학생 1인당 30만원의 지원을 협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경북도교육청이 경북지역 모든 학생과 유치원생에까지 1인당 3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을 두고 어린이집 원장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경북교육청과 경북도의회가 선거를 앞두고 생색내기를 위해 지자체와의 협의조차 없이 성급하게 결정한 탁상행정의 극치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6일 경북교육청은 지난해 경북도의회에서 발의한 '경북도교육청 교육재난지원금 지원 조례'를 근거해 코로나19 사태 탓에 학습결손 사태 등 학생과 부모의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이유로 경북지역 모든 유치원·초·중·고·특수·방송통신학교 등 원생과 학생 29만5천 여명에 1인당 30만원씩 이달 중 지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지원사업은 지난달 경북도의회 추경심사에서도 의원들 사이에서 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이전부터 논란이 있었다. 타 지자체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재난지원금을 10만~20만원 정도 준 사례는 있지만 모든 학생에게 30만원씩 주는 곳은 경북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지원금 대상자 중 공·사립유치원생들이 모두 포함되면서 어린이집에서 유치원과 같은 누리과정 3~5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처음학교로(유치원입학지원시스템)를 통해 유치원에 신청했지만 1~2순위 모두 탈락해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서러운데 지원금까지 차별받게 된 것은 아이와 부모를 두 번 상처주는 일"이라며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 유치원은 교육부 소관이라지만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부 소관인데 해마다 수백억 예산이 남아 못해 욕을 먹는 경북교육청이 유치원만 지원한 것 자체가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차별하고 누리과정 자체를 무시할 예정이라면 어린이집을 없애고 유치원만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도 갖춰주지 않고 일부에게만 지원을 준다는 것 자체가 명백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어린이집 원장과 학부모들은 잘못된 행정으로 인한 차별사례라며 국민청원과 집회를 하겠다는 주장도 나온다. 극단적인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자녀의 거취를 옮기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일부 경북지역 어린이집 원장들은 "코로나19 사태로 폐업 위기를 겪는 어린이집이 늘어나는데 또다시 유치원으로 이동하도록 상황을 조장해 혼란을 일으키는 경북교육청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경북교육청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기 때문에 지원해줄 법적 근거가 없고 이는 지자체에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경북도로 책임을 미뤘다.

경북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누리과정인 3~5세 어린이들을 전체 지원해주려면 243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전체 아동의 지원을 위해서는 880억원 가량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서다.

경북도 관계자는 "어린이집 아동들에게도 지원금을 주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한데 관련 조례가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예산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교육청은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 여유자금이 많겠지만, 도에서는 이런 잉여예산도 없는 상황이고 애초 이번 사업을 하면서 협의가 부족했던 부분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은 SNS를 통해 "교육회복학습지원금 대상에 어린이집 아이들이 빠졌다는 민원이 있다"며 "아쉽게도 유치원(유아교육법)과 어린이집(영유아보육법)의 설립근거와 소관부처, 교육재난지원금 조례 제5조 지원대상(유치원과 학생)으로 인해 교육청에서 지원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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