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도서관을 가다-영남대] <6>배기원도서관 이색문고

프랑스 헌법학 및 비교헌법학 연구 자료의 보고(寶庫) ‘더니 레비(Denis Lévy)’ 문고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배기원도서관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배기원도서관 '더니 레비' 문고

영남대학교 도서관에는 27개의 개인문고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관심을 끌게 하는 이색적인 문고로는 영국계 프랑스인인 안 레비(Anne Lévy) 교수가 기증한 더니 레비(Denis Lévy) 문고를 들 수 있다. 안 레비 교수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우면서도 시간 개념에 철저한 전형적인 영국인의 기질을 가진 사람으로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영남대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와도 직접적인 연고는 없었다. 더니 레비 교수의 미망인인 안 레비 교수가 1천868권의 소장 장서를 영남대에 기증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2003년 4월 고인이 되면서 생전 애장도서들을 가장 바람직하고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기증하고자 하는 유족들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고인의 제자인 법학전문대학원 박인수 교수와의 협의를 거쳐 영남대에 기증하게 됐다.

더니 레비 교수는 낭시대학을 거쳐 파리2대학에서 헌법학을 강의하였으며, 1980년대에는 헌법학 박사과정의 주임교수로 활동하면서 영국·미국·유럽·북아프리카·러시아·터키 등에서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비교법적 관점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비교헌법학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그는 이론적인 연구뿐 아니라 유네스코 산하의 세계교수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교수의 역할과 활동을 강조한 실천가이기도 했다. 나아가 더니 레비 교수는 당시로는 다소 생소했던 스포츠법의 확립에도 크게 기여했고, 그의 스포츠법에 관한 열정은 그로 하여금 올림픽 스포츠 분쟁 중재심판원의 재판관으로도 봉사하도록 했다.

더니 레비 문고의 장서를 면면이 살펴보면 문고의 내용이 교수로서의 그의 경력을 압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문고는 1천46권의 단행본과 70종의 학술 정기간행물로 구성돼 있다. 단행본은 프랑스 헌법 및 행정법 분야의 서적이 대부분이지만 미국헌법, 영국 및 영연방 국가의 헌법, 초기 유럽연합 12개 국가들의 헌법, 소련헌법, 체코슬로바키아헌법, 스위스헌법 등의 비교헌법학 서적도 다수 소장돼 있다.

프랑스 헌법학 관련 서적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의 프랑스헌법 변화를 망라해 연구할 수 있을 정도의 연대별 프랑스 헌법 서적이 구비돼 있다. 괄목할만한 것으로는 20세기 초 프랑스 헌법학의 확립에 주춧돌을 놓았던 레옹 뒤기(Léon Duguit) 교수의 헌법학(Traité de droit constitutionnel, Paris, 1925, 제2판), 프랑스 제4공화국의 대표적 헌법학자인 마르셀 프렐로(Marcel Prélot) 교수의 헌법요해(Précis de droit constitutionnel, Dalloz, 1948),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의 초기저작인 모리스 뒤베르제(Maurice Duverger) 교수의 헌법과 정치제도(Droit constitutionnel et Institutions politiques, PUF, 1959), 2021년에 39판을 기록하고 있는 피에르 빡떼(Pierre Pactet) 교수의 정치제도와 헌법(Institutions politiques et Droit constitutionnel, Masson et Cie, 1971, 제2판) 등을 들 수 있다.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배기원도서관에 조성돼 있는 더니 레비 문고는 프랑스 헌법학 및 비교헌법학의 연구자들에게는 자료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희귀자료도 상당수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의 데이터베이스화 작업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인수 명예교수(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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