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한모(29) 씨는 지난 2일 대구 달서구 A병원에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한 뒤 미열과 함께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복부 통증을 느꼈다. 나흘 뒤인 6일 여전히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A병원으로부터 '접종한 백신이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재접종 여부나 실효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수 차례 A병원에 전화를 했지만, "질병관리청과 보건소의 답변을 받아야 알 수 있다"는 무책임한 대답뿐이었다.
한 씨는 "보건소 전화는 연결조차 되지 않고, 질병청은 일반인이 질의하기엔 어려운 곳이다. 그나마 연락이 닿는 곳이 접종한 병원인데, 질병청과 보건소로부터 답을 받은 게 없다며 대답을 피하려 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의 예방접종 위탁 의료기관인 A병원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화이자 백신을 61명에게 접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지만 접종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안내나 대처 매뉴얼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접종 당사자들은 재접종 여부나 유효성에 대해 알지 못한 채 불안해 하고 있다.
지난 2, 3일 이틀에 걸쳐 접종 대상자 61명이 A병원에서 맞은 화이자 백신은 유효기간이 1일까지였다. A병원은 지난 5일 유효기간이 경과한 백신이 61명에게 오접종된 사실을 확인했고, 다음 날인 6일 오전 달서구보건소에 상황을 신고했다. 질병관리청에는 이날 저녁 접종 오류 보고가 접수돼 현재 이들에 대한 재접종 여부를 검토 중이다.
문제는 보건소가 현장방문을 하고 돌아가기까지 접종 당사자들에게는 어떠한 안내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장 방문과 경고 조치가 끝난 6일 오후에야 접종자 61명에게 유선으로 연락을 했다.
접종 뒤 4, 5일이 지나서야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추후 조치나 백신의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통상 의료기관이 오접종을 인지하면 관할 보건소로 신고를 하고, 보건소는 대구시를 거쳐 질병청으로 오접종 사례를 보고한다. 이후 접종의 유효성과 재접종에 대해 질병청 심의를 거쳐 지자체로 재접종 여부가 통보되는데, 질병청이 답변을 주기 전까지는 시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이다.
접종한 약이 유효기간이 경과한 약이라는 안내가 통보된 시점도 문제다. 위탁 의료기관과 정부부처 간 현장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정작 접종 당사자들에 대한 안내는 미뤄진 것이다.
6일 달서구보건소는 A병원에 대한 현장조사와 함께 백신 보관상태, 접종 절차에 대한 교육 및 경고 조치 후 돌아갔다. A병원은 이후에야 접종 당사자들에게 유선 안내를 했다. 달서구보건소 관계자는 "재접종은 사안별로 질병청에서 심의를 거쳐야 하는 부분이어서 재접종 여부나 추후 조치에 대해 보건소나 병원 차원에서 섣불리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병원 관계자는 "최근에 모더나 백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화이자 백신으로 일부 물량이 대체되는 등 변동이 있었고, 백신이 담긴 종이상자에는 유효기간이 적혀 있는데 상자 안에 담긴 병에는 개별로 적혀 있지 않은 탓에 이런 사고가 벌어진 것 같다"며 "병에 일일이 유효기간을 기재하고, 재접종 여부나 유효성에 대한 심의 결과가 통보되기 전까지 매일 접종자들에 대한 유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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