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사는 지인이 전세 가격이 올라 이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단순하게도 폭등한 전셋값 때문인가 싶었다.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비싼 강남을 고집하는 것에 반감이 들었다가 그로부터 서초구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듣고 수긍이 갔다.
지인의 아이는 서초구가 예산을 들여 만든 공립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 일반적인 구에선 1년에 1개도 생기기 어려운 공립어린이집이 서초구에서는 최근 4년 동안 40개가 문을 열었다. 2018년부터 2년간 생긴 것만 28개소. 파격적인 증가 덕분에 어린이집 이용 대상자 2명 중 1명은 이곳을 다닌다.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국공립어린이집 보육의 질도 급상승했다. 구청은 민간 어린이집과 가정 보육시설의 보육 품질 역시 국공립 수준으로 높였다. 자연히 전체 보육의 질이 올라갔다.
맞벌이 가정이 야간 근무로 불가피하게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겨야 하는 경우에 대비해 '119 아이돌보미 사업'도 운영한다. 이러다 보니 아기를 가진 젊은 부부들이 서초구 거주를 선호하는 것.
서초구의 '돋보이는 주민 맞춤식 행정'은 유아뿐만 아니라 청소년, 청년, 장애인, 노인 할 것 없이 전 계층을 망라해서 80여 개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지자체나 전국 유수의 기초지자체들이 서초구 행정을 벤치마킹해 가고 있다. 중앙정부가 서초구 것을 국가정책으로 운용하기도 한다. 기초자치구로선 극히 이례적이다.
님비현상을 해결한 모범 사례도 있다. 서초구에는 2019년 공립 특수학교인 나래학교가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특수학교가 생긴 건 2002년 종로구 서울경운학교 이후 무려 17년 만의 일. 학교 설립이 예고되자 주민 반대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렇다고 주민만을 탓할 수는 없는 일.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었기에 구청은 학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아 지원과 설득을 병행한 끝에 설립 예고 2년 10개월 만에 개교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몇 년째 계획만 세우고 미적거리는 지자체들이 수두룩하기에 이 학교 개교는 더욱 값지다.
강남대로를 점령했던 불법 노점상을 깔끔하고 위생적인 서초 명물 거리로 탈바꿈시킨 '서리풀 푸드트럭', 길거리의 골칫덩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 '대로의 광고판 쓰레기통', 야간에 교통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인 '활주로형 횡단보도'도 서초구의 대표적인 자랑거리 행정이다.
무엇보다 서초구가 전국의 주목을 받은 행정의 백미는 '서리풀 원두막'. 뙤약볕 아래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애용되는 대형 파라솔은 이제 전국 어디서든 볼 수 있는데 서초구가 2016년 시작했다. 서리풀 원두막은 유럽 최고 환경상인 '그린애플어워즈'를 2년 연속 수상했다.
서초구 사례를 이리 장황하게 소개하는 건 대구경북 지자체도 얼마든지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는 구청장 지휘 아래 공무원들이 똘똘 뭉쳐 성과를 이룬 나머지 '서초가 하면 전국 표준이 된다'는 자긍심으로 가득 차 있다.
현재 국민들의 관심은 6개월가량 남은 내년 대선에 쏠려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은 대통령이 아니라 지자체장이 누가 되느냐가 더 관건임을 서초구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대선 3개월 후면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제대로 된 판단으로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지자체장을 선택하자. 서초구처럼 우리의 삶도 향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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