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안에 고양이와 망치, 독약병이 있다. 상자는 내부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면 센서가 망치를 작동시켜 독약병을 깨뜨리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방사성 원소 붕괴 확률은 정확히 50%다. 고양이는 2분의 1 확률로 죽었거나 살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에 의하면 상자 속에는 산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동시에 존재한다. 방사성 물질 원자는 붕괴하거나 붕괴하지 않은 상태가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독약도 흘러나오거나 흘러나오지 않은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 상자를 여는 순간 고양이는 죽어 있거나 살아 있는 상태 중 하나로 확정된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원자 세계에서는 실재적 물리 현상이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입자는 '있음' '없음' 말고도 '있으면서도 동시에 없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
다행스럽게도 거시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있으면서 동시에 없는 일 따위는 없다. 뜬금없이 양자역학 장광설을 늘어놓은 이유는 경북도의회의 행태가 생각나서다.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여부 안건을 상정한 최근 임시회의에서 경북도의회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이상한 결론을 냈다.
도의회는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찬성 안건을 채택 28표, 불채택 29표로 부결시켰다. 납득하기 힘든 것은 편입 반대 안건도 상정해 채택 24표, 불채택 33표로 부결시켰다는 점이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데 이도 저도 아니다. 백번 양보해 상충되는 투표를 연이어 할 수 있다 치더라도 찬성 안건이 28대 29라면 반대 안건은 29대 28이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초등학교 반장 투표도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
'의원님들'의 변덕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7월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에 대해 53명 도의원이 찬성 서명을 했다.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그들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1년 사이에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도의회는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하고 결정권을 중앙정부로 헌납해 버렸다. 통합신공항은 지역의 미래를 가늠할 중대사이건만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이도 저도 아닌 의견을 낸 경북도의회가 진정한 민의 대의 기구인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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