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변한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변하면 통화량이 변한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오르면 예금이 늘고 대출은 줄어서 통화량이 감소한다. 통화량이 감소하면 물가가 하락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라는 정책 수단을 통해 통화량과 물가를 조절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은행을 통화당국 또는 물가당국이라고 한다.
2013~2016년 기준금리는 2.75%에서 1.25%로 하락했다. 이 기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4.5%였다. 기준금리가 경제성장률에 크게 못 미쳤다. 문재인 정부 4년 3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1.25%에서 0.75%로 소폭 하락했다. 2020년 5월 이후 16개월 동안 0.5%가 유지됐다. 2017~2019년 평균 경제성장률 1.8%도 기준금리보다 높았다. 경제성장률과 일치하는 기준금리를 제로(zero)금리라고 한다.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로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금리다. 마이너스 금리는 저금리다. 두 정부에 걸쳐 저금리가 유지됐다. 저금리는 두 정부를 관통하는 통화 정책이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이 오른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거나 통화량이 감소하면 금리가 올라야 하지만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억제했다. 저금리가 초래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의 소비, 저축, 투자를 왜곡하는 것이다. 왜곡은 비효율성으로 연결된다. 금리가 낮으면 사람들이 돈을 많이 빌린다. 이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증가한다. 특히 과잉 투자가 문제가 된다. 저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도 돈이 투입된다. 자본시장에서 돈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는다. 저성장 시대에 저금리는 투기도 유발한다.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열풍의 바탕에 저금리가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렸지만 여전히 기준금리가 낮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주가, 채권 가격, 환율의 변화가 이를 입증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주가, 채권 가격, 환율이 하락한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은 주식시장, 채권시장,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시중 은행의 대출을 통제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을 대신해서 소위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통제는 관치(官治)금융이다. 이는 하책(下策)이다. 금리의 가격 기능을 복구하는 것이 상책(上策)이다. 금융당국의 대출 통제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보수언론의 논조는 이중적이다. 인상 전에는 보수언론이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가계부채를 걱정하면서 저금리 정책을 비판했다. 인상 후에는 영끌 투자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보수언론은 금리가 올라도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궤변이다. 금리가 올라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 사람들이 돈을 덜 빌려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 물론, 금리가 오르면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그렇다고 해서 저금리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가계부채라는 풍선이 터진다.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조금씩 올려 풍선의 바람을 빼야 한다. 연착륙(soft landing)을 유도해야 한다. 연착륙 과정에서 국민들도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금년 말까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번 인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0.75%에서 1%로 한 번 올릴 가능성이 크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가 있고 한국은행 총재 임기는 내년 4월 끝난다.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 1%가 유지될 것이다. 내년 2분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기준금리가 1.25%로 인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되더라도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저금리는 다음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풍선이 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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