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꾸로읽는스포츠] 제102회 전국체전으로 본 대구·경북 상생

대회 준비 과정서 가깝고도 먼 사이 드러내…어려움 극복하고 양측 모두 상생 효과 거둬

제102회 전국체전 하키 사전경기가 열린 지난 8일 대구 안심하키장을 찾은 박영기(왼쪽) 대구시체육회장과 김하영(오른쪽) 경북도체육회장이 이상현(가운데) 대한하키협회장과 함께 대회 성공 개최를 다짐하고 있다. 경북체육회 제공
제102회 전국체전 하키 사전경기가 열린 지난 8일 대구 안심하키장을 찾은 박영기(왼쪽) 대구시체육회장과 김하영(오른쪽) 경북도체육회장이 이상현(가운데) 대한하키협회장과 함께 대회 성공 개최를 다짐하고 있다. 경북체육회 제공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가깝고도 먼 이웃'이란 말은 세상살이를 잘 대변한다. 상생을 추구한다는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이러할 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이 형님, 동생 하며 친밀감을 보이지만 실무진으로 내려갈수록 갈등의 폭은 깊어지고 상생은 의도한 만큼 잘 진행되지 않는다.

체육계에서 제102회 전국체육대회를 계기로 대구·경북이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오는 10월 8일 개막하는 올해 전국체전은 구미시를 주 개최지로 해서 경북도에서 열린다. 경북도와 경상북도체육회가 공동 주관한다.

경북도는 대회 유치 후 지역 상생 차원에서 하키와 사격 2개 종목의 경기를 대구시에서 열기로 했다. 대회 장소를 양보하거나 열악한 자체 시설 때문에 대구의 경기장을 빌린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경북도와 대구시는 체육 관련 업무를 맡은 담당 국장을 서로 바꿔 근무하도록 했다. 시·도 간부의 교체 근무는 일선 실무자들의 반발과 해당 국장의 적응 실패로 오래 가지 못했다.

이런 상생 방침에 따라 대구 동구 안심하키경기장은 제102회 전국체전 경기장으로 선정되었고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인조잔디를 교체하는 등 개·보수 비용은 경북과 대구가 절반씩 공동 부담하기로 했다.

새로 단장한 안심하키장은 지난 8일부터 사전경기로 펼쳐지는 전국체전 하키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구과학대와 부산하키협회의 남자부 1회전 등이 열린 대회 첫날 안심하키장에는 전반전 후 물을 뿌릴 때 무지개가 활짝 떴다. 국제경기장으로 공인을 받는 등 잘 단장해 개막한 것을 축하하는 듯했다. 엘리트 선수 4명과 동호인 일반 대학생 선수들로 짜인 홈그라운드의 대구과학대는 40, 50대 OB 선수들로 구성한 부산하키협회를 2대1로 꺾고 8강전에 진출했다. 대구과학대는 전국체전 출전 사상 첫 승리(부전승 제외)를 만끽했다.

지역 체육회를 이끄는 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과 김하영 경북도체육회장은 안심하키장을 찾아 대회 관계자들과 선수단을 격려했다. 대한하키협회 이상현 회장은 3일간 대구에 머무르며 대회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고 대구체육회 관계자들과 하키 붐 조성을 위한 동호인 대회 개최 방안 등을 협의했다.

제102회 전국체전을 앞두고 대구경북 상생으로 리모델링한 대구 안심하키장. 지난 8일 열린 전국체전 첫날 경기 중간에 물을 뿌릴 때 무지개가 활짝 떴다. 대구하키협회 제공
제102회 전국체전을 앞두고 대구경북 상생으로 리모델링한 대구 안심하키장. 지난 8일 열린 전국체전 첫날 경기 중간에 물을 뿌릴 때 무지개가 활짝 떴다. 대구하키협회 제공

하지만 안심하키장 리모델링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대한하키협회 구본일 부회장 등 대회 준비를 맡은 관계자들은 대구·경북의 일 떠넘기기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대구에 물으면 경북으로 책임을 돌렸고, 경북에 물으면 대구가 알아서 하기로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기에 하키협회 관계자들은 사전경기 개막 직전까지 애를 태웠다. 협회 관계자들은 대구에서 대회를 하는 것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다행이랄까. 추가 공사 과정에서 예산 문제로 갈등이 있었지만, 대구시체육회와 경북도체육회가 없는 살림에 공사비를 보태는 등 서로 협조하면서 이번 전국체전은 차질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대구하키협회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주인 아닌 주인 역할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체육회 주관으로 경북하키협회가 대회 운영을 지원해야 하지만, 경북하키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돼 유명무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구하키협회는 예정에 없던 일을 덤터기로 떠안았지만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는 소득을 얻었다. 노후화된 인조잔디를 교체해 국제 공인까지 받고 살수 시설 등을 교체하는 등 골칫거리를 한꺼번에 해결한 것이다.

경북체육회는 대구시와 시체육회, 대구하키협회 도움으로 문제가 된 하키 경기를 차질 없이 열고 있다. 경북체육회 가맹단체인 경북하키협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대회 개최에 큰 우려를 낳았으나 이를 해결한 것이다.

제102회 전국체전은 하키 사전경기로 출발을 알렸다. 코로나19로 지난해 10월 경북에서 예정된 제101회 전국체전이 무산되면서 올해 전국체전은 전국 체육인들에게 매우 소중한 대회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의 열기도 남아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대거 참여하기에 이번 대회는 더 주목받는다.

대구·경북 체육인들은 지역 상생의 의미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대회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체육을 통한 대구·경북 상생이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대구시는 2038년 아시안게임을 광주광역시와 공동 유치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대구·경북이 함께 유치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이번 안심하키장 사례에서 보듯 스포츠는 인프라가 발전을 좌우한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의 체육 시설을 마련하려면 대구·경북이 힘을 합쳐 국제 종합대회를 유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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